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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까웠어. 상대할 오늘 입구에서 서서 하지만비룡폭포. 5월인데도 주변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데 지열로 인해 연중 얼지 않는다.


중국 연길공항이 다가오자,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중국어로 소리친다. 알아들은 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바로 활짝 열려 있던 창문을 몽땅 닫아버린다. 눈치껏 따라하는데 선뜻 닫아야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모습을 보여 주기 싫은 것일까. 굳게 닫힌 창문이 왠지 불길해 보였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이어졌다. 천지가 굳게 문을 닫았다. 일정 내내 백두산 주변을 맴돌았지만 연달아 폭설이 쏟아졌다. 가이드는 5월까지도 폭설이 내린단다. 해빙은 6월에 시작되고, 9월이 되면 또 눈이 내린다.
백두산 천지를 못 오르면스캘핑기법
어떻게 할까. 정말 날씨가 안 좋으면 하루 종일 숙소에만 있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갈 수 있는 곳들이 있었다. 백두산 천지 바로 아래 비룡폭포부터 출발한다. (참고로 창문을 닫는 건 연길공항이 군 공항이라 그렇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는 예전엔 창문 닫으란 소리 없었다며 이는 명분이고 이곳에서 조선족들이 다 떠나게 에피밸리 주식
만들려고 투자하지 않는 걸 군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연중 쏟아지는 68m 폭포…온천에 삶은 달걀 별미
#비룡폭포
중국다웠다. 먼저 한 무리의 불도저가 나서서 쌓인 눈을 밀어낸다. 그 다음 자동으로 도는 롤러를 부착한 차량들이 마저 땅 표면에 붙은 눈을 긁어낸다. 마지막으론 인부들이 탄 트럭이점상한가
나타나더니 연신 삽질로 염화칼슘을 뿌리며 지나간다. 그렇게 10분 만에 두텁게 쌓여 있던 눈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 또한 대단했는데 중국인들을 한가득 실은 셔틀버스들이 줄지어 도로를 따라 올라온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북파北坡다. 중국 쪽 백두산 천지로 가는 길은 3개. 북서남쪽에 하나씩 있다. 이 길들에 비탈이란 뜻의 '증권토론
파'를 붙여 부르는 것. 북파, 남파는 입구에서 셔틀버스로 천지 근처까지 가고, 서파는 셔틀버스를 탄 뒤에도 계단 1,449개를 걸어 올라야 한다. 남파는 자원보호구역이자 군 접경지역이라 연중 딱 100일, 하루 최대 1,500명만 방문 가능하다.
북파 코스 내부 명소는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셔틀 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이 코스 곳곳유신 주식
에 부석림, 빙수천, 녹연담 등 폭포와 협곡들이 자리 잡고 있다. 천지를 못 보면 버스를 타고 내려서 이런 곳들을 1시간 내외로 돌아본다. 그리고 길 끝에 비룡폭포(현지 지명 장백폭포)가 있다. 높이는 68m. 겨울이면 영하 40℃까지 떨어지는데도 얼지 않는다. 바로 밑에서 마그마가 끓인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폭포 소리가 200m 밖에서도 들린다고 한다.



비룡폭포 명물. 온천수로 삶은 달걀과 오리알.


비룡폭포로 가는 길은 짧다. 도중엔 이 온천수로 삶은 달걀 3개, 오리알 2개, 옥수수 1개를 각 2,000원에 사먹을 수 있다. 이후 급경사계단이 나온다. 앞뒤로는 '장백산长白山'이라고 적힌 빨간색 외투를 입은 중국인들이 가득하다. 밀려 올라가니 멀리 날아가는 용을 닮았다는 폭포가 그 모습을 잠깐 드러냈다가 미친 듯이 날리는 눈발 속으로 숨어버린다.
백두산 산신에게 소원을 빈다
#소천지&녹연담
천지를 못 본 아쉬운 마음을 소천지에서 달래본다. 비룡폭포 바로 아래 인접해 있어 걸어가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곳은 걷는 게 금지돼 있다. 기다렸다가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소천지는 자작나무 숲속에 숨어 있다. 천지를 닮은 작은 연못으로 70% 이상이 지하수며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천지와 마찬가지로 1년 내내 마르지 않는단다.
가이드는 "이곳에 백두산 산신들이 산다"고 설명했다. 그런 믿음 때문일까. 소천지 바로 앞에는 소원을 비는 제단이 사당 안에 하나, 바로 옆 밖에 또 하나로 두 개나 있다. 주변 나무에는 소원을 적어 넣은 듯한 붉은색 띠지가 사방팔방에 붙었다.



비룡폭포를 바라보는 전망대엔 천지의 물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녹연담绿渊潭 역시 가깝다. 천지의 물이 비룡폭포를 통해 내려와 만든 에메랄드빛 녹색호수다. 호수 위로 여럿 물줄기들이 폭포를 이루는데 언뜻 작아 보여도 나름 최고 낙차가 26m에 달한다. 천지에서부터 힘차게 뻗어 내려오는 산줄기가 폭포와 연못 위를 지나 더욱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녹연담.  





소천지. 


백두산 지하에 숲이 있다
#지하삼림
숲에 들자 제주도 곶자왈이 생각났다. 그 특유의 원시림 느낌이 무척 흡사하다. 한반도 양 끝에 꼭 닮은 숲이 있다는 것에 괜히 마음이 두근거린다. 이곳에선 왕복 3.2km의 원시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거의 전 구간이 목재 데크로 덮여 있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다 보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백두산 관광을 와서 천지를 오르는 데 성공하면 일정상 생략하곤 하는 곳이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백두산 호랑이와 반달곰이 자주 나오는 지역인지 길을 걷다보면 곳곳에 종이 놓여 있다. 사람의 존재를 알려 맹수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백두산에서 사냥이 금지된 지 30년이 지나면서 지금은 맹수들이 잘 복원됐는지 백두산 가까운 근처 마을에 나타나 마을의 소를 잡아먹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길은 외길로 1.6km 동안 고저차 100m를 내려갔다가, 다시 그만큼 돌아오면 된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의 수령은 기본 수백 년이다. 숲의 향기에 취해 걷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대한 통바위를 수직으로 뚫고 뿌리를 내린 한 나무였다. 아무런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로 끈질기고 위대한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바위틈에 잔뿌리를 내린 듯한 모양새도 아니고 그냥 몸통을 그대로 욱여넣은 듯하다.



절벽 끝에서 바라보는 지하삼림.


숲길을 다 즐기고 나면 마지막에 지하삼림, 현지에선 곡저삼림이라 부르는 지형이 나온다. 용암지대가 무너져 삼면이 100m 높이의 현무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폭 300m, 길이 3,000m의 대협곡이다. 잔잔한 비탈이 아니라 지형이 뚝 끊겨 계단처럼 돼버린 것. 그래서 숲이 지하에서 자란 것처럼 느껴진다.
검은 흙에 묻힌 거인을 만나다
#부석림&빙수천
부석림과 빙수천은 서로 가까이 있는데 앞서 살펴본 다른 명소들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 있다. 천지로부터 약 20km다. 지하삼림에선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대개 먼저 살펴보는 곳은 부석림. 부석浮石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지는데 밀도가 낮은 특성이 있어 물에 뜨는 돌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부석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부석림이다.



부석림.


부석림은 40m 깊이에 너비 100m인 5km의 협곡 속에 숨어 있다. 946년 백두산에서 큰 분화가 있었을 때 산 주변을 온통 화산쇄설물들이 뒤덮었는데, 이후 1,000년 동안 침식과 융기, 퇴적을 반복하며 현재 부석림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먼저 길을 따라 협곡으로 내려서면 산신을 모신 사당과 옛날 백두산 사냥꾼들이 지냈다는 오두막을 지난다. 이어 완전히 협곡 바닥으로 내려서면 바로 옆에 큼직큼직한 돌기둥들을 두고 지나가게 되는데 그게 부석이다. 너무 거대해서 과연 이름대로 물에 뜰지 실제로 실험해 보고 싶은 궁금증이 치밀어 오른다. 부석마다 그럴듯한 이름도 지어져있다.
어떤 멋지고 기묘한 바위가 나올지 기대할 무렵, 허무하게도 길이 끝난다. 협곡이 짧다. 다시 계단을 따라 협곡을 거슬러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올라서 협곡을 굽어보니 이제 또 다르다. 부석이 숲을 이뤘다기보다는 검은 흙에 묻혀 있던 거인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 듯한 형상이다. 그런 뷰가 파노라마로 쭉 펼쳐지는 게 압권. 산책로 마지막에 있는 전망대에서 이를 가장 시원하게 볼 수 있다.
부석림을 다 보고 나오면 탑과 같은 전망대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날씨가 좋으면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다 보인다. 날이 흐려 천지를 보지 못하더라도 거대한 전나무와 자작나무가 우거진 백두산의 숲이 충분히 위압감을 준다.



빙수천.


빙수천은 부석림에서 차로 5분 거리며, 돌아보는 데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일견 그냥 물이 많이 흐르는 계곡처럼 보이는데 뜻이 남다르다. 가이드는 "백두산 아래 첫 물"이라고 했다. 백두산에서 솟아나는 물 중 마실 수 있는 첫 번째 물이라는 뜻이란다. 초당 100리터가 넘는 마실 수 있는 물이 계속 쏟아지는데 수온은 1년 내내 4.5℃ 정도로 일정하다고 한다. 긴 대나무 관이 설치돼 있어 살짝 물맛을 본다. 내장까지 씻어내는 것처럼 시원하고 청량하다.
#미인송공원&5D영화관&숙식
백두산 관광을 가보지 않았다면 지명들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설악산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양양공항(연길공항)에서 내린 뒤, 버스로 설악동(이도백하)으로 이동해 오색코스(북파)나 천불동코스(서파)로 대청봉 등정을 시도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앞서 소개한 명소들은 대청봉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폭포나 소, 혹은 살짝 떨어진 울산바위로 생각하면 된다.
요즘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기상예보가 좋지 않으면 아예 문을 걸어 잠근다. 대청봉은커녕 울산바위도 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백두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천지만 못 올라갔지만, 아예 백두산 권역이 통제되면 권역 내 명소를 전혀 못 볼 수 있다.



미인송공원은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바로 옆 호수는 천지에서 온 두 갈래 물줄기가 합쳐지는 지점으로 이 물이 송화강을 이룬다.


그럴 때 이도백하나 연길 주변을 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미인송美人松공원이다. 이름대로 매끈하고 길쭉하게 솟은 백두산 미인송 1,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공원이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조각상들과 수면 위로 군무를 추는 제비들도 한가득이다. 이 공원이 또 특별한 것은 도시의 이름인 '이도백하'는 천지에서 발원한 물줄기 중 두 개가 이곳에서 합류해 송화강을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것인데 바로 이 공원이 그 지점이라고 한다. 소원을 비는 부적이 잔뜩 붙어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다. 가볍게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미인송공원에는 전 세계의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5D영화관
인 플라잉 바이 장백산은 천지를 못 본 한을 간접적으로나마 풀 수 있어 의외로 인기가 꽤 좋다. 일반 영화관과 다르게 공중에 떠서 살짝 나오는 물과 바람과 함께 날아다니며 천지와 중국 내에 있는 황산, 상하이 등 대도시와 뭇 명소들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은근 스릴도 있고 영상미도 있다.



천지를 못 본 사람들은 5D영화관에서나마 천지를 보며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숙식
은 중국, 특히 과거에 백두산으로 여행 왔던 사람들의 주된 근심거리였다. 시설도 상당히 좋지 않고, 음식도 잘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중국이 지난해 백두산을 '장백산'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시키려고 상당히 많이 투자했다. 오래돼 내부 시설이 좋지 않은 숙소들은 전부 리모델링됐다. 일행 중에서 코로나 이전에 백두산을 왔던 사람들은 옛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했다.
그중
#운동온천
은 조금 특별한 숙소다. 이도백하가 아니라 백두산 북파 코스 내에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에 따르면 15년 전만 해도 백두산 권역 안에 이런 숙소들이 많았는데 환경 문제로 다 철거되고 몇 곳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은 '운동'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키 등 중국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현지인도 아무나 예약할 수 없고 접대나 포상 성격으로만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특정 여행사가 제휴하고 있으니 여행 상품에서 숙소가 이곳으로 돼 있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남들은 모두 백두산 밖에서 잘 때 이곳에선 품 안에서 잘 수 있는 셈이다.



다이너스티 호텔의 실외 온천. 이도백하에 위치한 숙소들은 온천을 겸하고 있는 곳이 많다.





운동호텔의 실외온천. 천지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음식도 전반적으로 괜찮다. 중국 요리는 기름이 많아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조선족이 많이 사는 탓에 전반적으로 강원도의 손맛이 난다.
#선라고깃집
같은 곳은 삼겹살을 무한리필로 준다. 현지인들은 고기를 무게별로 주문하는데 한국 여행사들은 이곳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제휴했다고 한다.
#진달래식당
이나 호텔인
#신라세계
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도 정겨운 시골 손맛이 나면서도 적절히 중국의 향이 묻어나는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선라고깃집의 무한리필 삼겹살.





신라세계 레스토랑에서 나온 정통 조선족 스타일의 요리들. 








지도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지도 상의 등산로는 2010년대 초까지만 이용됐고 현재는 폐쇄됐다. 


함께해주신 분들
김형환·허미희 부부, 산마루산악회(김용호, 이재열), 부산 동래고 62회 산악회(김봉률, 김성수, 선장덕, 장동호), 수원 도윤이네(아빠 황병두, 엄마 이선정), 윤수경·김용호·김해든 가족, 송용성, 일촌산악회 유영섭, 태백기계공고 29기 3정2반(이재성, 정송환, 이운학, 전규관), 훌훌산악회(명철, 명선, 영숙, 정미), 하나투어 김광오 수석, 유튜버 서정윤 등 36명.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