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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은 나라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국을 세웠다. 혁명 이후 이란의 현주소는 어떤가. 제2대 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6)가 종신 집권하는 신정 독재 국가가 오늘날 이란의 모습이다. 반쪽짜리 혁명.
그사이 수많은 이란인들이 조국을 떠났다. 대부분의 이란 가정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 구성원이 몇 명씩 있을 정도다. 적어도 이란 사회의 '가족 해체'는 산업화나 개인주의보다 이슬람 혁명의 정치·사회적 여파88오락실릴게임
가 먼저 불러온 현상이다.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파리누쉬 사니이(76)는 혁명 이후 뿔뿔이 흩어진 이란의 한 가족을 그린다. 최근 국내 출간된 그의 세 번째 소설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을 통해서다. 이란에선 출간이 금지된 책이다.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온라인황금성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이미선 옮김·북레시피 발행·304쪽·1만8,000원



이슬람 혁명 이후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1949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사니이는 2003년 첫 소설 '나의 몫'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억압 받고 있는 한 여성의 삶을 그렸다. 이슬람 다빈치 릴게임
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가 됐다. 29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고, 2010년 이탈리아 보카치오 문학상을 받았다. 이 소설을 썼을 때만 해도 테헤란에 머물렀던 사니이는 결국 '떠난 이들' 무리에 합류했다.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산다.
최근 한국 언론과 서면으로 만난 사니이는 "이란이 제재upd
(금수 조치)하에 있었고, 그로 인해 외부와의 접촉이나 금융 거래가 제한돼 일하는 데 큰 제약이 있었다"고 이란을 떠난 이유를 밝혔다. 그처럼 수많은 이란인들이 유학이나 사업을 위해 혹은 정치적 망명을 감행하며 조국을 등졌다. 남은 이들 대부분은 그런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다.
일부 '부역자'들도 있었다. 사니이는 "솔직히 (남은 이들 중JYP주식
) 일부 집단은 문화적·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며 정권에 동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도 이란에 남아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나선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53)다. 모하마디는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인 에빈 교도소 수감 중에 상을 받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통치를 받는 신정 국가가 됐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30년 만 만난 6남매 통해 본 이란 단면"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은 30년 만에 재회한 한 가족이 튀르키예의 한 집에서 열흘간 함께하면서 갈등하고, 이해하고, 화해에 이르는 이야기다. 6남매 중 첫째 모하마드는 미국에서 의사가 됐지만 아내를 여의고 홀로 아들 마이클을 키우며 외롭게 산다. 이슬람 혁명 때 '왕의 군인'이었던 남편이 처형당하자 프랑스 파리로 도피해 가진 것 없이 두 아이를 키운 마흐나즈,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탈영해 스웨덴에서 난민으로 살았던 메흐디 등 셋은 이란을 떠난 이들이다.
이란에 남아서 부모를 돌보며 떠난 형을 부러워하는 모흐센, 종교에서 위안을 찾는 마리암은 정치적 혼란 속에 도덕 경찰로부터 히잡 착용을 강요받는 등 자유를 제한당한다. 막내 하비브는 반체제 활동을 하다 적법한 절차 없이 처형당했다. 작가는 "각 개인은 서로 다른 신념과 정치적·사회적 성향을 지닌 이란인들의 단면을 보여주며, 모두가 혁명 이전의 전통적 가치에서 멀어진 시대의 흐름을 상징한다"고 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행돼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40일째였던 2022년 10월 26일 반정부 시위대가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서부 도시 사케즈로 향하는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케즈=AFP 연합뉴스



"우리는 여전히 하나… 공동 염원 가져"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간극에도 사니이는 희망을 찾았다. 6남매는 결국 어머니를 통해 다시 하나로 이어진다. 작가는 어머니를 "이질적인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공유되는 존재"의 상징으로서 "희망 그 자체"로 봤다. 2022년 9월 불붙었던 '히잡 시위'를 둘러싼 이란 안팎의 연대도 또 다른 증거다. 그는 "'여성, 생명, 자유'를 외쳤던 히잡 시위와 이를 향한 해외 이란인들의 지지는 우리가 여전히 하나라는 사실과 이란을 다시 세우겠다는 공동의 염원을 되새기게 했다"며 "이 연대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모두 그 의미를 지켜내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이란 여성들이 머지않아 이 정당한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당시 사니이는 형제·자매를 만나기 위해 테헤란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 낯선 반응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이 전쟁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조용히 기대를 품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정권의 변화는 외부 개입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이뤄야 한다는 데도 대부분이 뜻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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