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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분위기였다. 건물에서 더 사냐. 처음 날씬하다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입구. 한겨레 자료사진


해묵은 과제인 방송 규제·진흥기구 개편과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 변경이 새 정부에선 이뤄질 수 있을까. 대선 후보들은 구체적 공약을 내놓지 않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발의와 공청회 등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5일 미디어3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가 차기 정부 미디어정책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민주당과 미디어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와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도 지난 22일 각각 차기 정부 미디어 정책릴게임다빈치
과제와 언론개혁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방송·통신 거버넌스(지배구조)와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 개편이다. 부처 간 영역 다툼 속에 사업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거나, 여야 신경전이 치열해 그동안 개정 목소리가 높았는데도 진척을 보지 못했다.
방송·통신 콘텐츠 관련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방신화창조
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에 나뉘어 있다. 인터넷텔레비전(IPTV) 도입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 말기 구성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는 규제는 합의제 기구, 정책·진흥은 독임제 부처가 관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입법 단계에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친 방통위가 규제·정책 업무를 관할하되 문화부에 진흥 업무 일부만 남골든브릿지증권 주식
기고 심의 기능은 민간 조직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이관했다.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정책·진흥 기능 일부를 맡겼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한 과기정통부가 넘겨받았다.
미디어3학회 제안은 공영방송만 떼어내 공영미디어위원회가 관장하고 미디어와 콘텐츠 정책 전반을 아울러 독임제 부처인 정보미디어부가 총괄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와 에스비엠 주식
언론연대도 통합적 미디어 기구 설치를 요구했으나 거버넌스 형태를 못 박지는 않았다. 세움은 합의제 규제기구 위상 정립과 독임제 진흥 부처의 정책 주도를 내세웠다.
지금은 여야 3대 2 구도의 방통위가 사실상 정치권 추천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한다. 민주당은 이사 추천권을 국회와 학회, 종사자 대표 등에 일부 분산하는 법안채권금리
을 대선 직후 처리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친민주당 세력에 의한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미디어3학회는 공영미디어위원회(9~11인)를 구성하되 국회 추천 몫을 4인 이내로 제한하고 공영방송 이사회에도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세움은 더 낮춰 3분의 1을 제시했다.
국회는 많은 법안 가운데 미디어법 핵심 조항과 선거법만큼은 합의 통과를 관행으로 지켜왔다. 여론의 운동장을 고르고 경기 규칙을 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만 주고받기식 짬짜미로 끝낼 일도 아니다. 여론을 형성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여서 국민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김대중 정부의 방송개혁위원회나 노무현 정부 융추위 같은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국민적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며 종합편성채널을 도입할 때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논의를 거쳤으나 여당의 불법적인 날치기 통과로 뜨거운 논란을 빚었고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논의 과정이 지루하고 입법 절차가 까다롭다고 해도 건너뛰면 안 된다. 그게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길이고 시행착오 전에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디어3학회도 사회적 논의 기구를 제안했다. 차기 정부는 입맛에 맞는 것만 채택해놓고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고 둘러대지 않으리라 믿는다.



이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