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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살 사람 생겼다니까. 미소지었다. 했다는 나란히[김은미 기자]

책 <같이 읽자는 고백>(2025년 6월 출간)에 참여하신 작가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입이 떡 벌어졌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와 검증된 필력을 가지고 계신 37명의 작가와 명사의 글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엄청난 기획을 이토록 멋지게 완성해 독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준 김소영 작가의 용기와 도전에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덕분에 37통의 뜨거운 고백 편지를 엿보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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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 이야기장수




<같이 읽자는 고백>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김소영 작가가 운영하는 삼성물산 주식
서점 '책 발전소'의 북클럽 회원들에게 유료로 발송되었던, 작가 37명의 책 편지를 묶은 책이다. '모이지 말라' '떨어져 있으라'는 명령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옥죈 시기. 책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전달된 10만 권의 책. '10만'이라는 숫자를 마주한 순간, 마스크를 벗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던 그 시기의 엄중함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KOSEF단기자금 주식
시렸다. 더욱이 죽어가는 책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애정을 담아 책 편지를 썼던 작가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감사 이상의 감정이 들었다.

작가들이 북 큐레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28년간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나는 이용자 혹은 지인들로부터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ELW추천
받는다. 특히 인생 책 딱 한 권을 뽑아달라고 하는 경우 대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상황과 감정에 따라 각기 다른 질량으로 독자들의 마음 속에 간극과 궤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 큐레이터가 되어 책 발전소 북클럽 회원들에게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하는 편지를 써 달라는 요청을 받은 작가들이 얼마나 큰펀드평가
부담을 느꼈을지 짐작이 간다. 게다가 베스트셀러여도 안되고, 다른 곳에 이미 추천하거나 추천사를 쓴 책도 안되고, 본인이 저서도 제외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큐레이터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결국엔 '좋은 책을 좋은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좋은 마음들이 이런 수고로움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뜨끈하면서 묵직한 연대감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굉장히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나와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는 데서 오는 동질감과 친밀감은 굉장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작가의 성향 상 결코 선정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의외의 책을 추천해 주는 데서 오는 흥미로운 충격은 독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또 37가지의 다양한 문체로 시연되는 명문장의 향연을 만나는 쾌감은 도파민을 샘솟게 한다.
작가들이 추천한 책
문학평론가 신형철 작가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작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문학의 천재란 기교의 천재가 아니라 인생의 천재다'라고.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문학 작품을 탐독했고, 얼마나 깊이 사유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움 감정이 들었다.

저는 문학의 천재란 기교의 천재가 아니라 인생의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을, 또 그런 삶을 산 인간의 내면을, 놀라운 인지적 공감 능력으로 이해하고 재현해 내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 말입니다. (29쪽)


백수린 작가는 독자들이 다른 세상의 풍경을 보여주는 다양한 창을 경험하기를 소망하면서 베트남 작가 킴 루이의 '루'라는 소설을 소개했는데 영미권, 유럽, 일본, 중국 작가의 번역서뿐 아니라 베트남권 작가의 번역서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백수린 작가는 킴 루이의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좋은 글을 읽고 나면 그 글을 쓴 사람도 좋아하게 되어버린다'라고 고백했는데 매우 공감되었다. 많은 독서가들이 시도하고 있는 '작가의 전작 읽기' 도전은, 이런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


소설이 다른 세상의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창이라면, 저는 제 앞에 가능한 한 다양한 창이 있었으면 하니까요.(118쪽)


무엇보다도 황선우 작가가 소개한 레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간혹 '작가들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 엄청난 존경심이 담긴 수식어일 것이다. 레베카 솔닛은 그런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작가이다. 책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는 책 <멀고도 가까운>에서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도서관과 책에 대한 그의 견해와 확신은 그야말로 정언명령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250쪽)


황선우 작가가 <멀고도 가까운>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252쪽)"라는 문장을 인용했는데, 이 문장을 눈에 담자마자 곧바로 설득 당하고 말았다. 계속 '쓰는 삶'을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에게 명쾌한 근거를 제시해 주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라면
최근에 독립출판으로 <사서의 책갈피 : 이 책, 읽어? 말아?>라는 서평집을 출간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초보 작가로서 이 문장은 나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같이 읽자는 고백>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한 달만 읽히고 그대로 봉인되었던 편지들을 책이라는 포근한 상자에 담아 다정한 방식으로 기꺼이 공개해 준 너그러운 37가지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졌다.
같이 읽고 싶은 마음,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같이 읽자는 고백>에 달달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네!'라는 답신을 보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예외 없이 모든 독자들이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사서로서 많은 고민이 생겼다. 김소영 작가가 코로나 한복판에서 조금 무모할 수도 있는, 그러나 너무나 다정한 방식으로 '종이책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듯이 도서관도 책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퍼뜨릴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할 것 같다.
이연실 편집자의 말처럼 우리는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가끔 성공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296쪽). 그 방법이 조금 무모하더라도 상관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