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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니 땅에 작은 새가 앉아 있다. 앙증맞은 모습이 귀여워 가까이 다가갔는데 피하질 않는다. ‘설마 머리나 날개를 다친 걸까?’ 걱정이 앞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새가 이소한 어린 새라면 한시름 놓아도 된다. ‘이소(離巢)’는 새의 새끼가 자라 보금자리를 떠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늦봄에서 늦여름 사이에 이뤄진다. 그럼 이 새가 어린 새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안고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를 만나 이소 중인 새를 대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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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가 아기 새의 독립을 응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소하는 새는 텃새와 여름 철새가 대표적입니다. 이맘때 길에 가만히 서 있는 아기 새는 이소 중일 가능성이 높죠. 다 취업하기 만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새는 대부분 몸의 성장이 빨라 다 자란 성조(成鳥)와 어린 유조(幼鳥)를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럴 때 참고할 만한 것이 바로 ‘맹한 표정’이다. 다 자란 듯 보이지만 날지 못하고 어딘가 어리숙하다면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 좀더 객관적인 구별법도 있다. 매끈한 깃털이 아닌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지역본부 보드라운 솜털이 일부 남아 있거나, 부리 색이 연하고 부리의 기부(시작 부분)가 잘 보일 경우 아기 새일 수 있다. 구별이 어려울 땐 가까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해 어린 새라는 판단이 섰다면 길가에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김 재활관리사는 먼저 주변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찾아볼 것은 아기 새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머물던 둥지나 새끼와 닮은 어미 새다. 만약 어미가 보이거나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굳이 구조할 필요는 없다. 첫 심부름 간 아이를 멀리서 응원하듯 어미 새가 독립을 준비하는 새끼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집으로 데려가버리면 그야말로 부모와 자식간에 ‘생이별’을 하게 된다.



애플캐피탈이소 시기를 앞둔 딱새들. 어린 개체라 부리 기부가 길게 드러났고 솜털도 비죽비죽 달려 있다.


어미 새 유무와 상관없이 새끼가 있는 곳이 위험해 보인다면 살포시 들어 둥지로 옮기면 된다. 둥지는 나뭇가지 위나 건물 외벽에 난 구멍, 환풍구 같은 곳에 있다. 둥지를 못 찾겠으면 그늘진 수풀이나 관목 아래도 괜찮다. 이때 새를 손으로 잡으면 사람 냄새가 묻어 어미에게 버림받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조류는 후각이 민감하게 발달하지 않아 잠깐 드는 정도는 무방하다.
새가 다쳤거나, 영역 동물인 까치·까마귀 또는 길가의 고양이·들개가 어린 새를 위협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땐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연락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당장 구조가 어려울 땐 작은 상자를 마련해 임시 보호하면 된다. 먼저 상자 바닥에 수건을 깔아 미끄럽지 않게 하고, 상자를 실내나 야외 그늘에 둔다. 새가 비를 맞아 젖었다면 체온 유지를 위해 상자를 온열매트 위에 반쯤 걸쳐둔다. 따뜻한 물을 담은 작은 물통을 수건으로 감싸 넣는 방법도 있다. 이때 물통이 굴러다니지 않도록 조심한다.



구조된 어린 올빼미가 센터에서 휴식 중이다. 이 올빼미는 이소 중에 구조됐다. 예산=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물과 밥은 어떻게 할까. 김 재활관리사는 “두어시간 정도 보호한다면 굳이 물이나 밥을 줄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건강검진 전 공복을 유지하듯 새도 구조 후 검사를 받으므로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더 오래 보살펴야 할 땐 병뚜껑 같은 작고 얕은 용기에 물을 담아 상자 한편에 놓아둔다. 이때 새가 물에 빠져 질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집에서 마련하기 쉬운 먹이로는 물에 갠 달걀노른자 정도가 있다. 억지로 주면 기도에 들어갈 수 있으니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바닥에 두자.
이외에도 등산하다가 어린 새를 마주칠 때가 있다. 특히 비행이 서툰 수리부엉이 새끼가 겅중겅중 걸어다니는 모습을 본 등산객들이 구조 신고를 많이 한다. 다친 상태가 아니라면 신고할 필요는 없다. 오리류도 구조 요청이 많은 종이다. 하천 근처 수풀에서 알을 낳는 오리는 새끼가 부화하면 다시 물가로 향하는데, 이때 몸집이 작은 새끼가 하수구 구멍에 빠지거나 보도블록의 난간을 넘지 못해 낙오되기도 한다. 어미 새 없이 길을 헤매는 새끼 오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김 재활관리사에게 야생동물을 구조하며 보람찼던 순간을 물었다.
“구조한 아기 새들을 잘 돌봐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 기분이 참 좋죠. 야생동물은 그 동물로서, 그 동물답게 살아가야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한 아기 새의 독립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