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3평화문학상 수상자' 제주 원로 소설가 양영수 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분량은 짧지만 반전과 여운을 남기는 꽁트 소설을 격주로 [제주의소리]에 연재한다. 일명 '양영수의 스마트소설'이다. 모바일 인프라가 널리 보급된 시기에, 스마트폰으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꽁트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다. [편집자 주]




내가 김연희를 애인으로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나 이를 위해 과감한 시도를 벌인 것은 우리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일찍부터 서로간 소통의 통로를 갖고 있었다는 배경이 있었기 때 릴게임 문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지방의 유수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우등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과외활동시간을 통해 개인적인 지면을 만들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대학도 같은 대학의 인문계 학과에 입학하였으니, 내가 그녀에게 애인 욕심을 품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영문학과에 그녀는 국문학과에 들어왔으니 교양과목도 같은 것이 많 야마토릴게임 았다. 그러나 막상 그녀에게 품은 욕심을 토로하고 뭔가 표 나는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내개 혼자 속앓이를 한 것은 한 두해가 아니고 거의 4년간을 마음 속에서만 끙끙 앓았다 할 것이다.
처음에는 단 둘이 만날 기회를 만들려고 정색을 하고 프로포즈를 했다. 
--우리 오늘 점심이나 같이 할까?
- 릴짱 -내가 뭐 할 말이 있는데 오늘 구내 까페에서 만나자. 오후 다섯 시 어때?
그러나 이럴 때마다 나는 김연희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바쁘다느니 선약이 있다느니 자기 컨디션이 안 좋다느니 핑계와 구실이 많았다. 그 시대에는 요즘과 달리 대학생들 과외 동아리활동이 많을 때여서, 그녀와 같은 동아리를 기웃거려 볼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 여자는 야마토게임방법 과외활동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나의 사촌 여동생과 얘기 중에 내가 알고 싶었던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연희의 가족 상황이었다. 우리와 동갑내기인데, 지금은 우리와는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사촌 여동생과 김연희는 같은 동네 출신이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동문수학을 했다는 얘기였다. 나는 김 릴게임5만 연희의 가족상황을 대강 알게 되면서 인간 김연희의 성격 자체를 심층 연구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김연희는 불행하고 수치스러운 가족사를 원인으로 하여 대인기피증 콤플렉스를 심하게 앓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녀의 아버지는 옛날 양반집 세도가의 방자한 욕심이 발동하여 부인을 다섯이나 두고 행세를 했고 김연희는 그  마지막 부인의 소생인데 홀어머니 신세인 여자의 외딸로서 세상에 좀처럼 없는 온갖 고생을 운명처럼 껴안고 컸다는 것이다. 김연희 어머니는 그 당시 보기 드문 학력의 소유자이면서 자존심이 강하여 딸이 바깥세상에서 비웃음 당할 것을 염려하여 사람들 만나는 것을 막는 한편 학교공부에 전념하도록 하는 엄격한 가정교육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딸은 대인기피증이 심한 학교우등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겉으로 나타나는 그녀의 행동만을 원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시절의 김연희는 얼굴에 웃음 띠는 것을 본 기억이 없었다. 누구하고 같이 다니는 것을 본 기억도 없었다. 무슨 심각한 고민이 있는지 노상 혼자였고, 오로지 공부 하나만을 위해 학교 다니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학생과 가까이하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으니 외톨이 우등생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단지 여학생들 세계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남학생에 불과하였다. 이런 중대한 신상문제를 안고있는 여자에게 치근덕거리는 센스없는 남자가 되었으니 나는 그녀의 혐오감만 부추기는 격이 아니었나. 
이런 사실을 알고난 다음에 나는 김연희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었다.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티를 내지 않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나다니는 곳이 성당임을 알고 난 다음에 나는 그 성당에 나가기로 하였다. 신앙심이 마음 바탕에 없는 성당출입이란 얼마나 거짓되고 치사한지 부끄러웠지만, 성스러운 성당 내 분위기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준다는 의미는 있었다. 김연희는 교회내 대학생회에서도 최소한도의 의무와 책임만 수행하는 것을 알고 난 다음에는 나도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비하기로 하였다. 여기에서도 그녀에게 대인기피증 콤프렉스가 있다면 내가 먼저 프로포즈 자세를 보일 게 아니라 그냥 준비 자세로 그녀의 접근을 기다리자, 완성된 요리작품을 식탁위에 차려놓고 언제든지 욕구가 생길 때 먹을 수 있다는 것만 보여주자, 나는 이런 계획을 구상한 다음에 교회내 대학생회에도 적절한 거리감과 동시에 유동적인 열성을 갖기로 하였다. 성경을 열심히 읽었고, 교회내에서 누구 못지 않게 찬송가를 열창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나는 색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고질적인 대인기피증 때문에 모든 남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김연희야말로 나하고 천생연분이 아닐까. 나도 모든 여자에게서 외면 당하는 남자라고 생각되는데 이런 외톨이 신세인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거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이 아닌가. 
가족사에서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이에 대한 치유를 도와주는 것이 이런 운명적이 만남의 계기가 될 것 같았다. 그런 계기를 만들려면 그녀와 가까워져야 하는데 그 과제를 어떻게 시작하나. 우선 주의할 것은 그녀의 가족사에 대해 내가 전혀 모르고 있음을 내비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대학생들이 폼 잰다고 자기과시적인 동아리활동에 시간 보낸다는 것을 냉소적으로 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 여자의 장점을 찾아 이를 상찬하면 좋은 반응을 얻지 않겠는가. 그녀의 가족사를 전혀 모르니까 그녀의 장점이 눈에 띠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녀는 지금 자기의 부끄러운 가족사가 누구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고,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아마도 가족사를 모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나의 주도면밀한 접근방식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만남은 별 성과없이 흐지부지되었고 어느덧 졸업시즌을 앞두게 되었다. 김연희에게는 어떤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한없이 허무한 대학시절이었다. 대학 다닐 때 우리의 외톨이 인생이 어떠했는지는 우리의 졸업식 날 한 장면이 말해준다. 나는 오늘을 위해 준비한 카메라를 들고 그녀의 앞으로 가서 한마디 했다.
--졸업식 날인데 우리도 한 장면 찍어야 할 거 아닌가.
--수녀 될 사람이랑 추억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되나? 
나는 그녀의 한 마디 말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에도 나는 그녀의 이 말 한 마디를 기어코 잊을 수가 없었다. 
이때의 내가 얼마나 무안하고 거북했는지 졸업하고 나서도 그녀를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무정한 세월을 원망하면서도 나는 나의 살 길을 찾아가느라고 그럭저럭 김연희의 존재를 잊어가게 되었다. 그녀의 직장인 중학교까지 찾아갈 엄두를 못 냈고 나의 존재가 그녀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덧 우리 나이가 서른 살을 훌쩍 넘기고 있었는데, 이럴 때 나는 나의 사촌 여동생에게서 김연희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가 자작 수필집을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 때부터 김연희 작문실력은 학교 전체에서 소문났다는 것이 생각나면서 나는 지체없이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여 그 수필집을 샀다. 김연희 수필집의 명칭은 <>이었다. 이 명칭이 나의 관심을 자극하였다. 자기의 인생은받아들였다는 것이니 이건 고독한 인생이 후회스럽다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하다고 생각되어서 더욱 호기심이 들었다. 고독한 인생이 성공작이었다고 생각할 리가 있을까 궁금하였지만, 김연희가 수필집에서 보여주는 외톨이 인생의 양상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것은 가엾게 소외 당하는 수동적인 외톨이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선택하여 즐기는 외톨이 인생임을 알 것 같았다. 그것보다도 더 궁금한 것은 고독한 인생이 청춘시절로 끝나고 나중에는 고독한 청춘을 끝내고 사랑의 역사를 이루어냈다는 것인지, 이것도 알고 싶었다. 
김연희의 수필집은 그 안에 30여 개나 되는 소 항목이 들어있었고 그 게재 순서는 대충 세월 흘러가는 순서로 맞춘 것 같았다. 소녀시절부터 청년시절을 거쳐서 중년나이를 바라볼 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문학 장르들 가운데에서는 수필 장르가 비교적 솔직하게 그 사람의 생애를 드러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가는 동안 나의 호기심은 소녀시절과 청년시절이 고독취향이 언제까지 지속되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수필집 앞부분은 그녀의 학생시절이 어떻게 외톨이 인생이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일을 함께했거나 어떤 얘기를 하면서 추억을 쌓았다는 부분은 없었다. 그녀의 대인관계란 것은 자기 엄마와 성당 사람들하고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학교에 드나드는 규칙생활 말고도 오름산행을 하거나 바닷가를 거닐거나 심지어는 음악회 연주를 들으러 가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런 곳에서 누구와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한 적은 없었음이 분명하였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그녀의 대인관계가 있을지 궁금하였으나, 내가 가까이에서 보거나 알고있는 것 이상의 드라마는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던 것이다.
수필집의 나중 부분으로 가면서 내용이 약간 달라진다는 것이 나의 주의를 끌었다. 누구와 함께 대담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든가,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어디를 갔었다는 추억담도 있었다. 누군가와는 연락이 안 닿아서 실망했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전에는 없었던 내용이었다. 그럴 때 그녀의 나이를 짚어봤더니 30대 나이 막바지였다. 나는 아, 이런 것이 나이듦의 차이이고 세상을 알아가는 순서이구나, 이렇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추억을 쌓는다면 소녀시절이나 청춘시절의 것이라야 뭔가 추억이 될 만한 드라마 같은 것을 만들지 어떻게 중년 나이를 바라보게 되어서야 이런 징조를 보여주었다는 말인가. 뒤늦게야 실패해버린 인생임을 깨닫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더불어 나 자신에 대한 꾸짖음도 함께 다가왔다. 내가 만약에 좀 더 나이 든 다음에도 이 여자에게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구애의 손짓을 했더라면, 그녀의 잠자는 사랑 본능을 일깨워주고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을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내가 일찍이 연애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탓일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의 손짓이란 게 있는 줄 왜 몰랐단 말인가. 사랑에는 공식이나 정석이란 것이 없고 오히려 어리석다는 평을 감수하는 파격적인 사랑의 접근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내가 몰랐단 말인가.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