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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중독은 중독자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사진｜뉴시스]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의 산부인과무료상담 약물 중독 논란이 터져 나온다. 최근엔 오랜 시간 약물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던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만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마약사범은 2만3022명(대검찰청)으로 2년 연속 2만명을 웃돌았다. 적발되지 않은 약물 중독자까지 포함하면 마약의 덫에 걸린 이들은 60만~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5% 금리 추정된다.
이처럼 약물 중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중독을 끊고 사회로 복귀하는 걸 도울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다. 약물 중독을 혼자서 끊는 게 불가능하고, 재발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32.8%(2023년 기준)에 달한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2 mg다이렉트론 020년 7월)가 "약물 중독은 심장병이나 천식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처럼 상태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그렇다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닌 한국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역대 정부들은 약물 중독 관련 정책을 꾸준히 내놨다. 윤석열 정부 역시 2022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부처 종합 예금은행금리 대책을 추진해왔다.
올해엔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상·하반기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밀수 차단을 위해선 국경단속·국제공조를 강화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약물 중독자의 치료·재활을 지원할 실효성 있는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한가지씩 살펴보자.
■ 한계➊ 치료보호기관 = 정부는 약물 중독자를 전문 대출금액 적으로 치료하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권역별 치료보호기관 9곳을 확충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을 31개로 늘렸다.
이곳에선 약물 중독자를 최대 1년까지 무료로 진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독증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료진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곳이 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3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중 치료보호 실적이 한 건도 없는 곳은 60.0%(당시 총 25곳 중 15곳)에 달했다. 총 641건의 연간 치료보호 실적 중 86.4%를 2곳(인천참사랑병원 461건+경남국립부곡병원 93건)에서 담당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통계다.
약물 중독 분야 관계자는 "모든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엔 정신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지만 약물 중독자 진료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일부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올해 약물 중독자 치료비 지원 예산은 7억2000만원으로 전년(4억5000만원) 대비 60.0% 늘었다. 하지만 이 정도 예산으로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인원은 800명(2024년 500명)에 불과하다. 연간 마약사범이 2만명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1인당 치료비 지원 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단순계산으로 연간 90만원(7억2000만원÷800명)에 불과하다. 약물 중독자 1명을 1개월 입원 치료하는 데 필요한 최소 비용이 500만원(국회입법조사처·2023년)가량이란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조차 약물 중독자를 진료하는 걸 꺼리고, 이는 또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되레 줄어든 건 단적인 예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는 마약류 중독자가 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이다. 약물 중독자를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자로 본 셈이다.
하지만 언급했듯 이들을 받아줄 의료기관이 부족한 탓에 2021년 22건이었던 관련 처분 건수는 2023년 14건으로 줄었다. 약물 중독 문제를 겪는 A씨는 "약물 중독자가 단약斷藥하기 위해선 입원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중 입원이 가능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계➋ 재활기관 = 의료기관뿐만이 아니다. 재활기관도 따져볼 점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3곳이던 중독재활센터를 지난해 17곳으로 늘리고 '함께한걸음센터'란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약물 중독자를 위한 심리상담·재활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전국 60개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보건복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마약뿐만 아니라 알코올·도박·인터넷 등 다양한 중독 문제를 겪는 이들의 재활과 사회복지를 돕는 기관이다.



약물 중독 문제는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센터' 숫자를 늘리는 게 약물 중독자의 재기를 돕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냐는 거다. 이들 재활기관은 평일 주간에만 운영하는 '이용기관'인 탓에 약물 중독자의 재발을 막는 덴 한계가 있다. 약물 중독자들이 약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함께 생활하는 숙식형 재활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정책의 '빈 공간'을 민간이 채우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민간에서 운영하는 숙식형 재활시설을 지원하지 않아서다. 이른바 '다르크(DARC·Drug Addic tion Rehabilitation Center)'라 불리는 약물 중독자를 위한 숙식형 재활시설은 2012년 등장해 한때 5곳까지 늘었지만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은 1곳뿐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시설이 숱하단 방증이다.[※참고: 다르크는 1985년 일본에서 시작한 '그룹홈(Group-Home)' 형태의 민간 재활시설이다. 약물 중독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공동생활이 기본이다.]
정신재활시설로 등록해 운영 중인 다르크 '김해 리본하우스'의 한부식 시설장은 이렇게 토로했다. "약물중독자는 대부분 사회나 가정에서의 관계가 무너져 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인지 약물 생각을 끊지 못하고 또다시 손을 대는 이들이 숱하다. 이 때문에 중독자들에겐 의료기관에서의 적절한 치료와 함께 '약물이 없는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민간 재활시설은 약물 중독자들이 공동생활하기엔 환경이 열악하다. 정부 지원의 지원이 없다 보니 운영난을 겪다 폐업에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정부는 2023년 4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면서 "다르크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식약처가 올해 초 숙식형 재활기관 설치를 위한 타당성 연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계➌ 감시시스템 =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마약류 오남용 통합감시 시스템(K-NASS)'의 구축이 더디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K-NASS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과 불법 사용·유통을 예측·차단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빅데이터 수집 및 오남용 분석시스템 구축, 공동 활용 시스템 구축 및 지능형 마약류 오남용 예측 고도화, 사전예방을 위한 마약류 오남용 통합 관리·지원 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총 133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식약처는 해당 사업에 43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정부 심의 과정에서 80%가량이 삭감되면서 8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는 사이 의사의 불법처방이나 약물 중독자의 대리처방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박희승(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 1인당 최대 2490개의 마약류 약물을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가용 재원과 인력 내에서 예정대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약물은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취약한 이들을 파고들어 독성을 퍼뜨린다. 마약사범의 30.4%(2024년 기준)가 무직자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력도, 시설도, 하물며 정부의 의지나 감시 체계도 부족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린 '마약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