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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야쿠티아의 가스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시베리아의 힘’가스관이 2019년 개통됐다. 이 가스관을 통해 중국은 앞으로 30년 동안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다. 가스프롬 제공
가스프롬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한 기업으로, 2007년 한때 시가총액이 3300억달러를 넘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최근 성적은? 올해 2월 현재 389억달러로 전 세계 643위에 불과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던 가스프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유럽이 러 바다이야기게임기 시아산 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면서 가스프롬의 지난해 유럽행 파이프라인 가스 수출량은 약 180억㎥로 이전보다 약 10분의 1로 줄었다. 소련 붕괴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럽과 러시아의 가스관 연결은 1960~70년대 냉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방정책으로 냉전 구도를 완화한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소련과의 가스 무역이 두 릴게임손오공 국가 간 신뢰를 구축하고, 정치적 화해를 가져오리라 기대했다.
시베리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가스관 건설은 여러 나라가 협력하지 않으면 건설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초국가적 에너지 협력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가능성, 경제적 합리성의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일이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의 기 릴게임가입머니 술사 교수인 페르 회그셀리우스는 이를 두고 에너지원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표현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의 질서 재편을 논의한 1814년 빈회의 당시에도 브란트 총리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프랑스 철학자 클로드 앙리 드 생시몽은 초국가적 인프라가 국가 간 상호의존성을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온라인골드몽 의 전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C), 또 그 뿌리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도 이런 ‘생시몽주의’에서 출발했다. 1950년 ECSC 구상을 발표한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은 “ECSC는 전쟁을 단순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 것” 릴박스 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석탄·철강 분야 협력은 향후 더 큰 통합을 위한 발판이 됐다.
러·우전쟁, 마두로 납치 등 ‘에너지 지정학’은 현재진행형
(권효재 옮김·메디치)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예스24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16/khan/20260216140945165ujix.jpg" data-org-width="776" dmcf-mid="URPnEEd8h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6/khan/20260216140945165ujix.jpg" width="658">
페그 회그셀리우스 교수가 쓴 <에너지 지정학>(권효재 옮김·메디치)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예스24제공
회그셀리우스 교수가 쓴 <에너지 지정학>(권효재 옮김·메디치)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에서 그는 화석연료부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까지 하나의 에너지원이 기술 혁신을 거쳐 사용이 확산하고, 지역 단위에서 에너지 네트워크가 구축되다 초국적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글로벌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지정학이다. 에너지 지정학은 에너지가 경제적 효율성, 합리성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선택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생시몽주의를 에너지 분야 초국가적 협력의 주요 동기로 설명했다. 국가는 갈등을 피하고 협력을 꾀하는 수단으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국가는 에너지를 무기로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키려고 한다. 초국적 에너지 공급망에 속한 나라 사이의 상호의존성은 협력의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취약성을 안겨주기도 한다. 유럽과 러시아의 가스관이 이를 잘 보여준다. 러우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이 크게 줄면서 유럽의 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러시아는 유럽으로 보내던 가스를 중국 등에 헐값에 팔고 있다.
가스관 연결로 두 진영의 정치적 화해를 기대한 빌리 브란트의 이상은 무너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양쪽에 고통을 줄 지점이 있기에 그나마 더 큰 확전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중동전쟁에서 맞붙었던 이집트와 이스라엘도 이후 천연가스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상호이익이 되는 에너지 교역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 이집트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도 이런 협력의 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책은 1970~80년대 중국과 일본의 석유 교역과 중일전쟁 공식 종결도 에너지 협력이 역내 평화에 이바지한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책은 2019년 출간 당시까지의 데이터만 포함하고 있다. 러·우 전쟁부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 등의 상황은 담겨있지 않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석유 매장량 세계 1·4위, 가스 매장량이 8위·1위라는 점에서 최근 상황 역시 에너지 지정학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 미국이 석유와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두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북극 자원 개발, 북극 항로를 물자 수송의 현실성이 커진 지금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는 트럼프의 엄포도 에너지 지정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온실가스 규제의 과학적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출가스 규제 없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셕연료를 신봉하며, 기후변화를 녹색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국 석유 산업과 석유 의존적인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전기차 보조금은 철폐했다.
에너지 90% 수입하는 한국, 의존도 낮추고 관리할 지혜 모아야 할 때
반면 중국은 에너지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자국 내 대체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존성을 관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등 수입처도 다변화하고 있다. 자동차는 석유가 아닌 전기로 굴러갈 수 있도록 운송 분야 전기화에 매진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전기화되면 석유가 규모 있게 쓰일만한 곳은 석유화학 산업밖엔 남지 않는다. 미·중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아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믈라카 해협 등 석유 운송의 조임목을 조이더라고 버틸 체력을 다지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따라 석유와 가스관이 조밀한 망을 이루고 있다. 이런 초국가적 시스템은 두 나라 관계를 공고히 했고, 캐나다는 미국 에너지 안보의 보증자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멕시코도 미국에 석유와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데,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에너지 안보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 행보이다.
한편 국경 지역의 석유·가스 매장지는 종종 국가 간 갈등 요소가 된다. 하지만 생시몽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오히려 역사적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을 가로지르는 츠베른도르프-비소카 천연가스전은 냉전 시대 양국 간 정치적 분위기 개선에 이바지했다. 한·중·일 3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겹쳐있는 제7광구 개발도 이런 방향에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저자는 동북아시아 에너지 협력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중러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구축과 아시아 슈퍼그리드로 불리는 대륙 간 송전망 구상이다. 한국과 일본은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해상으로 수입하는데, 러시아의 풍부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도입하면 경제적으로 이득이고, 정치적으로 참여국 모두가 협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몽골의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과 러시아의 수력자원을 한·중·일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역내 모든 국가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청정에너지를 공유하자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개념을 제시했다. 두 제안 모두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한중일 3국 간의 신뢰 부족 문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북한 경유라는 첨예한 지정학적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책의 옮긴이이자 에너지 전문가인 권효재 에너지 인사이트 대표는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상호의존성이 깊어지면 누구도 쉽게 그 연결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 물동량의 90%, 전체 해상 물동량의 30% 이상은 믈라카 해협을 통한다. 저자는 에너지 취약성을 관리하는 두 가지 기본 전략으로 의존도 줄이기와 의존도 관리하기를 제시했다. 책의 옮긴 이는 이를 언급하며 우리도 (중국처럼)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국내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중국 영향력을 고려해) 기술개발로 희토류 등 특정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에너지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강대국의 권력 정치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은 에너지 지정학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희망적인 미래상은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이다. 권 대표는 “에너지 의존이라는 근본적 취약성을 오히려 주변국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의 동인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가스프롬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한 기업으로, 2007년 한때 시가총액이 3300억달러를 넘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최근 성적은? 올해 2월 현재 389억달러로 전 세계 643위에 불과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던 가스프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유럽이 러 바다이야기게임기 시아산 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면서 가스프롬의 지난해 유럽행 파이프라인 가스 수출량은 약 180억㎥로 이전보다 약 10분의 1로 줄었다. 소련 붕괴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럽과 러시아의 가스관 연결은 1960~70년대 냉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방정책으로 냉전 구도를 완화한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소련과의 가스 무역이 두 릴게임손오공 국가 간 신뢰를 구축하고, 정치적 화해를 가져오리라 기대했다.
시베리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가스관 건설은 여러 나라가 협력하지 않으면 건설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초국가적 에너지 협력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가능성, 경제적 합리성의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일이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의 기 릴게임가입머니 술사 교수인 페르 회그셀리우스는 이를 두고 에너지원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표현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의 질서 재편을 논의한 1814년 빈회의 당시에도 브란트 총리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프랑스 철학자 클로드 앙리 드 생시몽은 초국가적 인프라가 국가 간 상호의존성을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온라인골드몽 의 전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C), 또 그 뿌리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도 이런 ‘생시몽주의’에서 출발했다. 1950년 ECSC 구상을 발표한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은 “ECSC는 전쟁을 단순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 것” 릴박스 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석탄·철강 분야 협력은 향후 더 큰 통합을 위한 발판이 됐다.
러·우전쟁, 마두로 납치 등 ‘에너지 지정학’은 현재진행형
(권효재 옮김·메디치)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예스24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16/khan/20260216140945165ujix.jpg" data-org-width="776" dmcf-mid="URPnEEd8h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6/khan/20260216140945165ujix.jpg" width="658">
페그 회그셀리우스 교수가 쓴 <에너지 지정학>(권효재 옮김·메디치)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예스24제공
회그셀리우스 교수가 쓴 <에너지 지정학>(권효재 옮김·메디치)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에서 그는 화석연료부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까지 하나의 에너지원이 기술 혁신을 거쳐 사용이 확산하고, 지역 단위에서 에너지 네트워크가 구축되다 초국적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글로벌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지정학이다. 에너지 지정학은 에너지가 경제적 효율성, 합리성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선택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생시몽주의를 에너지 분야 초국가적 협력의 주요 동기로 설명했다. 국가는 갈등을 피하고 협력을 꾀하는 수단으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국가는 에너지를 무기로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키려고 한다. 초국적 에너지 공급망에 속한 나라 사이의 상호의존성은 협력의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취약성을 안겨주기도 한다. 유럽과 러시아의 가스관이 이를 잘 보여준다. 러우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이 크게 줄면서 유럽의 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러시아는 유럽으로 보내던 가스를 중국 등에 헐값에 팔고 있다.
가스관 연결로 두 진영의 정치적 화해를 기대한 빌리 브란트의 이상은 무너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양쪽에 고통을 줄 지점이 있기에 그나마 더 큰 확전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중동전쟁에서 맞붙었던 이집트와 이스라엘도 이후 천연가스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상호이익이 되는 에너지 교역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 이집트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도 이런 협력의 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책은 1970~80년대 중국과 일본의 석유 교역과 중일전쟁 공식 종결도 에너지 협력이 역내 평화에 이바지한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책은 2019년 출간 당시까지의 데이터만 포함하고 있다. 러·우 전쟁부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 등의 상황은 담겨있지 않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석유 매장량 세계 1·4위, 가스 매장량이 8위·1위라는 점에서 최근 상황 역시 에너지 지정학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 미국이 석유와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두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북극 자원 개발, 북극 항로를 물자 수송의 현실성이 커진 지금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는 트럼프의 엄포도 에너지 지정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온실가스 규제의 과학적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출가스 규제 없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셕연료를 신봉하며, 기후변화를 녹색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국 석유 산업과 석유 의존적인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전기차 보조금은 철폐했다.
에너지 90% 수입하는 한국, 의존도 낮추고 관리할 지혜 모아야 할 때
반면 중국은 에너지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자국 내 대체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존성을 관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등 수입처도 다변화하고 있다. 자동차는 석유가 아닌 전기로 굴러갈 수 있도록 운송 분야 전기화에 매진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전기화되면 석유가 규모 있게 쓰일만한 곳은 석유화학 산업밖엔 남지 않는다. 미·중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아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믈라카 해협 등 석유 운송의 조임목을 조이더라고 버틸 체력을 다지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따라 석유와 가스관이 조밀한 망을 이루고 있다. 이런 초국가적 시스템은 두 나라 관계를 공고히 했고, 캐나다는 미국 에너지 안보의 보증자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멕시코도 미국에 석유와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데,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에너지 안보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 행보이다.
한편 국경 지역의 석유·가스 매장지는 종종 국가 간 갈등 요소가 된다. 하지만 생시몽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오히려 역사적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을 가로지르는 츠베른도르프-비소카 천연가스전은 냉전 시대 양국 간 정치적 분위기 개선에 이바지했다. 한·중·일 3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겹쳐있는 제7광구 개발도 이런 방향에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저자는 동북아시아 에너지 협력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중러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구축과 아시아 슈퍼그리드로 불리는 대륙 간 송전망 구상이다. 한국과 일본은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해상으로 수입하는데, 러시아의 풍부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도입하면 경제적으로 이득이고, 정치적으로 참여국 모두가 협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몽골의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과 러시아의 수력자원을 한·중·일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역내 모든 국가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청정에너지를 공유하자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개념을 제시했다. 두 제안 모두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한중일 3국 간의 신뢰 부족 문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북한 경유라는 첨예한 지정학적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책의 옮긴이이자 에너지 전문가인 권효재 에너지 인사이트 대표는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상호의존성이 깊어지면 누구도 쉽게 그 연결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 물동량의 90%, 전체 해상 물동량의 30% 이상은 믈라카 해협을 통한다. 저자는 에너지 취약성을 관리하는 두 가지 기본 전략으로 의존도 줄이기와 의존도 관리하기를 제시했다. 책의 옮긴 이는 이를 언급하며 우리도 (중국처럼)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국내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중국 영향력을 고려해) 기술개발로 희토류 등 특정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에너지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강대국의 권력 정치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은 에너지 지정학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희망적인 미래상은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이다. 권 대표는 “에너지 의존이라는 근본적 취약성을 오히려 주변국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의 동인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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