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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가 2014년 영국 중앙은행에서 발언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인공지능(AI)의 보편화로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 ‘저물가·저금리’ 동시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가설이 사실로 판명 날지 관심이 쏠린다. ‘기술 지상론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이는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며 거시 경제 및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연준 의장의 생각이라면 무게감이 다 릴짱 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국 생산성 통계 등이 워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면서 AI 덕분에 덜 일하고 더 풍요로워지는, 새로운 경제의 시대가 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논리의 근거는 무엇이고 신빙성은 있는 주장일까.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온다면 한국, 나아가 글로벌 경제엔 어떤 변화가 닥칠까. 다섯 문답으로 풀었다.
릴게임추천 ◇워시의 주장이 뭔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고 비난해 왔다. 연준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이 여전한 데다 고용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금리를 낮추면 보통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는데, 워시 바다이야기온라인 는 이런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됐다는 의견을 전부터 밝혀 왔다. “연준은 향후 몇 년 동안 스태그플레이션(경제 침체와 동시에 발생하는 물가 상승)이 발생하리라는 전망을 버려야 한다.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 상당한 디플레이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2025년 11월 16일 기고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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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AI가 물가를 끌어내리거나, 최소한 과도하게 올라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복잡하지 않다. 물가 상승률을 이끄는 상품·서비스 가격은 원가에 의해 큰 영향을 받으며 원가 중 상당 부분을 인건비가 바다이야기 차지한다. 하지만 주 7일 하루 24시간 일할 수 있는 AI가 보편화하면 인건비가 내려가면서 원가도 하락하고 이로 인해 상품·서비스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AI는 연구·개발이나 프로그래밍 등 ‘화이트칼라’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공장 노동자 같은 ‘블루칼라’ 인력을 대체할 수도 있다.
심지어 AI 그 자체를 만드는 AI까지 나오면, AI끼리 ‘머리’를 맞대 필요한 다른 AI와 로봇을 알아서 만들고 공장과 사무실을 운영해 인간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세상이 오리라는 의견도 있다. 다소 과격한 이 전망의 대표 주창자인 머스크는 이런 세상이 오면 에너지·재료비 외엔 비용이 들지 않고 거의 모든 물건의 가격이 ‘제로(0)’로 수렴해 돈도 필요 없어진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머스크파’는 물가가 매우 낮으면 AI로 인해 실업자가 된 사람에게 생활비로 지급할 ‘기본 소득’도 아주 적은 비용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워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AI의 확산이 물가 상승의 압박을 어느 정도 상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부담 없이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왔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그는 AI로 인해 물가가 크게 하락하고 이 때문에 '돈'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고 주장해 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2006~2011년 연준 이사였던 워시는 ‘기술 우선주의’ 정서가 팽배한 실리콘밸리의 구심점인 스탠퍼드대 졸업생으로 최근엔 이 학교 연구소(후버연구소)에서 일해왔다. 이런 그의 경력이 ‘AI 구원론’의 바탕이 됐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기술 발전이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동한 경우가 과거에도 있기는 하다. 워시가 종종 인용하는, 앨런 그린스펀이 연준 의장으로 재임(1987~2006년)하던 1990년대다. 당시의 ‘신기술’은 정보통신, 즉 컴퓨터와 인터넷이었다.
먼저, 인플레이션과 물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연결 고리’가 하나 있다. ‘생산성’이다. ‘생산성’이라고 할 때는 보통 ‘노동 생산성’을 가리킨다. 이는 노동자 1인당, 혹은 노동 시간 1시간당 생산되는 부가가치를 뜻한다. 국가라면 국내총생산(GDP)을 취업자 수 혹은 특정 단위의 근로 시간으로 나눈 수치, 기업이라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을 직원이나 근로 시간으로 나눈 수치를 뜻한다.
기업의 경우 생산성이 올라가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 이는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린스펀은 1990년대의 IT, 워시는 IT의 발전 결과인 AI가 이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쇼핑몰 물류 창고에 ‘똑똑한 로봇’을 사서 투입하면 24시간 일을 시키고도 인건비보다 훨씬 적은 전기료·유지비 정도만 내면 되니, ‘인간 1인당’ 기업의 이익(노동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식이다. 실제로 그린스펀 재임 당시 미국의 노동 생산성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률은 2~3%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2015년 미국 워싱턴 DC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 강연에서 웃는 모습. /로이터 뉴스1
기술이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리라는 그린스펀의 생각은 1999년 5월,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에서 한 연설에 잘 드러난다. 다음은 그린스펀의 발언 중 일부다.
“미국의 현재 낮은 물가 상승률의 원인은 두 개인데 하나는 비교적 안정된 유가, 그리고 1993년 이후 눈에 띄게 상승한 생산성과 기업 수익성입니다. 노동 생산성의 증가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완화의 매우 중요한 변수로 보입니다. 생산성 증가율은 1990년대 초 연평균 1% 정도였는데, 최근엔 4분기 연속 평균 3%를 기록 중입니다… 기업의 수익성 증가는 레이저, 광케이블, 위성 및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이들 기술 간, 그리고 이들 기술과 기존 기술과의 시너지 효과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런 ‘초과’ 이윤은 1995년부터 시작된 첨단 장비의 가격 하락에 의해 촉진됐습니다.”
그린스펀의 이 발언에 나오는 ‘기술’을 ‘AI’로 바꾸면 워시의 주장과 비슷하다. 다만 지금의 AI가 1990년대의 컴퓨터처럼 생산성을 화끈하게 높여 인플레이션을 억누를 정도로 발전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특히 마지막 문장에 있는 ‘첨단 장비의 가격 하락’이 아직은 인간을 대체할 정도로 싸지지는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의 한 경제학자는 “워시의 주장이 있을 수는 있는 말이지만, AI가 실제로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AI가 1990년대 컴퓨터처럼 물가를 끌어내리려면 AI 자체의 비용이 낮아져야 하는데, 지금은 전기 및 AI 사용과 개발 비용이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어 1990년대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AI를 사용하고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돈이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 정도를 상쇄하고도 남아, 지금으로선 오히려 비용을 불어나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AI로 인한 인플레이션 완화가 발생하고는 있나
논란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최근 워시의 주장을 뒷받침할 지표가 나왔다. (사실 이 지표 때문에 워시의 과거 발언이 갑자기 더 부각됐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 고용통계국의 ‘2025년 3분기 생산성과 비용’ 통계다. 정기적으로 발표되어 온 이 통계가 이번만큼 주목받은 적도 드물 것 같다.
미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의 노동생산성(농업 부문 제외)은 연환산 기준 4.9% 상승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기업의 생산은 5.4% 증가한 반면 노동시간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둘의 차이가 4.9%, 즉 노동생산성 증가율이다. 역으로 계산한, 단위 생산량당 인건비는 1.9% 하락했다. 공산품을 기준으로 하면 같은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데이터를 보니 이런 현상은 AI 상용화가 본격화한 2023년 초 이후 3년째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부각됐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충격’이 없었는데도 근로시간과 생산량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현상은 아래 그래프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 고용통계국
코로나 이후 원격 근무가 늘고 전반적으로 근로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4.9%가 역대 최고는 아니다. 2023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정도다. 하지만 근로시간과 생산성을 지수로 만들어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이후의 추세를 그래프로 보면 특이한 패턴이 보인다. 근로시간은 2023년 이후 거의 늘지 않는 반면, 생산은 계속 증가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아래는 미 고용통계국이 공개한 그래프로 노동시간과 생산성 사이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 전문가는 “이 간극을 메우는 변수가 바로 AI”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고용통계국이 집계한 미국의 시기별 노동 생산성 증가율. 2차대전 직후의 폭발적 경제성장으로 크게 올라갔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이후 다시 내려갔다가 1990~2000년대 초반 다시 크게 상승한다.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재임한 1차 IT 혁명 때다. 이후 다시 하락한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2019년 이후 다시 올라가는 모습인데 이런 현상이 AI 혁명 때문인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만약 이 추세가 앞으로 더 강화된다면 워시와 그린스펀이 언급한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 반면 AI가 기대만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1950년대 이후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AI 대세론’이 이번에도 또 한 번의 ‘거품 붕괴’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지능에 맞먹는 AI’라는 개념은 1950년대부터 제기돼 왔다. 예컨대 스스로 판단해 기술을 통해 인간을 살해하는 ‘똑똑한’ AI는 1968년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이미 등장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 이미 그때부터 자신의 생존을 우려해 인간을 죽일 정도로 높은 지능을 자랑한다. /giphy
◇그렇다면 ‘워시 시대’ 연준은
워시는 어쨌거나 AI가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춘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그의 신념은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 상승’이라는 위험을 덜 고려하게 만들 수 있다. 연준이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임무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인데, 워시의 신념 때문에 앞으로 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보다는 고용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고용은 어떨까. 만약 워시가 AI의 확산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믿는다면 고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AI가 (인건비가 비교적 높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면, 이는 인간 일자리가 그만큼 감소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가라는 변수가 사라진 상태에서 고용이 악화한다면 이는 연준이 금리를 낮출 요인이 된다. 기업들이 사업을 할 때 자금을 조달(대출이나 회사채 발행)하는 비용이 덜 든다면, 이를 추가 투자와 고용 확대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워시의 연준은 이러나저러나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가 2017년 미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강연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과거 워시의 발언과 그를 지명한 트럼프의 성향을 보면, 막대하게 불어난 미국 국가 부채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 또한 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이 발행한 큰 규모의 국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 이자를 지급하느라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 지금의 악순환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글로벌 경제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워시가 위와 같은 믿음으로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내린다면 글로벌 시장도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의 대출·예금·채권 금리의 ‘기준’이 된다. 미 금리가 낮아지면 한국 금리 역시 이에 따라 낮아지며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금리 하락은 달러 가치가 낮아지는 요인이기 때문에 지난해 이후 이어진 고환율이 다소 완화할 수 있다.
다만 워시는 금리 인하에는 찬성하면서도 연준이 국채 매입을 통해 ‘돈 풀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혀왔다. 금리 측면에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연준의 미 국채 매입에 대해선 ‘매파(긴축 선호)’라는 상반된 입장이란 의미로 ‘매둘기’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다. 일각에선 워시의 ‘AI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 소멸’ 주장이 연준 의장직을 거머쥐기 위한 제스처일 뿐, 실제 취임 후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인공지능(AI)의 보편화로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 ‘저물가·저금리’ 동시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가설이 사실로 판명 날지 관심이 쏠린다. ‘기술 지상론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이는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며 거시 경제 및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연준 의장의 생각이라면 무게감이 다 릴짱 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국 생산성 통계 등이 워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면서 AI 덕분에 덜 일하고 더 풍요로워지는, 새로운 경제의 시대가 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논리의 근거는 무엇이고 신빙성은 있는 주장일까.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온다면 한국, 나아가 글로벌 경제엔 어떤 변화가 닥칠까. 다섯 문답으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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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그는 AI로 인해 물가가 크게 하락하고 이 때문에 '돈'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고 주장해 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2006~2011년 연준 이사였던 워시는 ‘기술 우선주의’ 정서가 팽배한 실리콘밸리의 구심점인 스탠퍼드대 졸업생으로 최근엔 이 학교 연구소(후버연구소)에서 일해왔다. 이런 그의 경력이 ‘AI 구원론’의 바탕이 됐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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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한 인플레이션 완화가 발생하고는 있나
논란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최근 워시의 주장을 뒷받침할 지표가 나왔다. (사실 이 지표 때문에 워시의 과거 발언이 갑자기 더 부각됐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 고용통계국의 ‘2025년 3분기 생산성과 비용’ 통계다. 정기적으로 발표되어 온 이 통계가 이번만큼 주목받은 적도 드물 것 같다.
미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의 노동생산성(농업 부문 제외)은 연환산 기준 4.9% 상승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기업의 생산은 5.4% 증가한 반면 노동시간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둘의 차이가 4.9%, 즉 노동생산성 증가율이다. 역으로 계산한, 단위 생산량당 인건비는 1.9% 하락했다. 공산품을 기준으로 하면 같은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데이터를 보니 이런 현상은 AI 상용화가 본격화한 2023년 초 이후 3년째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부각됐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충격’이 없었는데도 근로시간과 생산량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현상은 아래 그래프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 고용통계국
코로나 이후 원격 근무가 늘고 전반적으로 근로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4.9%가 역대 최고는 아니다. 2023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정도다. 하지만 근로시간과 생산성을 지수로 만들어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이후의 추세를 그래프로 보면 특이한 패턴이 보인다. 근로시간은 2023년 이후 거의 늘지 않는 반면, 생산은 계속 증가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아래는 미 고용통계국이 공개한 그래프로 노동시간과 생산성 사이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 전문가는 “이 간극을 메우는 변수가 바로 AI”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고용통계국이 집계한 미국의 시기별 노동 생산성 증가율. 2차대전 직후의 폭발적 경제성장으로 크게 올라갔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이후 다시 내려갔다가 1990~2000년대 초반 다시 크게 상승한다.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재임한 1차 IT 혁명 때다. 이후 다시 하락한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2019년 이후 다시 올라가는 모습인데 이런 현상이 AI 혁명 때문인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만약 이 추세가 앞으로 더 강화된다면 워시와 그린스펀이 언급한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 반면 AI가 기대만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1950년대 이후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AI 대세론’이 이번에도 또 한 번의 ‘거품 붕괴’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지능에 맞먹는 AI’라는 개념은 1950년대부터 제기돼 왔다. 예컨대 스스로 판단해 기술을 통해 인간을 살해하는 ‘똑똑한’ AI는 1968년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이미 등장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 이미 그때부터 자신의 생존을 우려해 인간을 죽일 정도로 높은 지능을 자랑한다. /giphy
◇그렇다면 ‘워시 시대’ 연준은
워시는 어쨌거나 AI가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춘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그의 신념은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 상승’이라는 위험을 덜 고려하게 만들 수 있다. 연준이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임무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인데, 워시의 신념 때문에 앞으로 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보다는 고용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고용은 어떨까. 만약 워시가 AI의 확산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믿는다면 고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AI가 (인건비가 비교적 높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면, 이는 인간 일자리가 그만큼 감소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가라는 변수가 사라진 상태에서 고용이 악화한다면 이는 연준이 금리를 낮출 요인이 된다. 기업들이 사업을 할 때 자금을 조달(대출이나 회사채 발행)하는 비용이 덜 든다면, 이를 추가 투자와 고용 확대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워시의 연준은 이러나저러나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가 2017년 미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강연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과거 워시의 발언과 그를 지명한 트럼프의 성향을 보면, 막대하게 불어난 미국 국가 부채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 또한 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이 발행한 큰 규모의 국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 이자를 지급하느라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 지금의 악순환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글로벌 경제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워시가 위와 같은 믿음으로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내린다면 글로벌 시장도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의 대출·예금·채권 금리의 ‘기준’이 된다. 미 금리가 낮아지면 한국 금리 역시 이에 따라 낮아지며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금리 하락은 달러 가치가 낮아지는 요인이기 때문에 지난해 이후 이어진 고환율이 다소 완화할 수 있다.
다만 워시는 금리 인하에는 찬성하면서도 연준이 국채 매입을 통해 ‘돈 풀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혀왔다. 금리 측면에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연준의 미 국채 매입에 대해선 ‘매파(긴축 선호)’라는 상반된 입장이란 의미로 ‘매둘기’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다. 일각에선 워시의 ‘AI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 소멸’ 주장이 연준 의장직을 거머쥐기 위한 제스처일 뿐, 실제 취임 후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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