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여 년간 공연 기획과 음악에 대한 글쓰기를 해 온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이 클래식 음악 무대 옆에서의 경험과 무대 밑에서 느꼈던 감정을 독자 여러분에게 친구처럼 편안하게 전합니다.




지휘자 윤한결(왼쪽)과 라파엘 피숑. ⓒKeundo Song·Piergab


올가을은 가장 많은 유럽 명문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은 시즌으로 기록될 듯하다. 스타 협연자보다 오케스트라 고유의 릴짱릴게임 사운드와 지휘자의 역량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 세묜 비치코프와 체코 필,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빈 필의 조합은 특히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구스타보 두다멜(44), 클라우스 메켈레(29), 다니엘 하딩(50)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20대에 명문 오케스트라 포디움에 오르며 일찍부터 주목받은 인 알라딘릴게임 물인 만큼, 한 시즌에 이들을 한국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젊은 지휘자의 양성과 유입은 오케스트라의 명성과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오랜 시간 자신의 악기를 통해 단련되는 성악·기악 연주자들과 달리, 지휘자는 실제 오케스트라를 만나면서부터 비로소 활동이 시작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만날 기회는 제한적이고, 수십 바다신릴게임 명의 단원들과 소통하며 음악적 호흡과 리더십을 세울 시간 역시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개성 강한 단원들과 거장들의 전성기 연주에 익숙한 관객들은 경험이 부족한 지휘자의 시행착오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콩쿠르를 통한 깜짝 발탁보다, 누군가의 어깨너머로 배우고 부지휘자로 경험을 쌓을 때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이 지휘 야마토게임 자인 경우가 유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이었던 에리히 클라이버의 아들 카를로스 클라이버는 원래 화학을 공부하다 23세에 오페라 지휘자로 데뷔했다. 지금도 '지휘자들의 지휘자'라 불리는 신비로운 존재다. 네메 예르비의 아들 파보 예르비, 크리스티안 예르비 가족, 이반 피셔와 그의 형 아담 피셔는 대표적인 지휘자 집안이다. 미하 모바일바다이야기 일 유로프스키의 아들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도 29세에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맡으며 유럽 메이저 오페라 극장에서 인정받는 인물이 됐다.



지휘자 김은선(왼쪽)과 이승원. ⓒKimTae-hwan·예술의전당 제공


20세기 클래식 음악계를 지배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영향력도 여전히 크다. 그의 후광 아래 성장한 지휘자들은 지금도 명장으로 꼽힌다. 카라얀이 특히 높게 평가하고 후원한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32세에 그의 추천으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데뷔했고, 훗날 카라얀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의 수장이 됐다. 로열 콘서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명장 마리스 얀손스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카라얀의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가장 유망한 젊은 지휘자'로 꼽혔던 주빈 메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상징 제임스 레바인, 미래의 베를린 필 지휘자로 언급됐던 사이먼 래틀, 그리고 카라얀의 추천으로 빈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리카르도 무티까지 모두 그 영향권 아래 있다.

젊은 지휘자 활약 기대되는 고음악계



지휘자 라파엘 피숑. 피그말리온 앙상블 홈페이지 캡처


카라얀의 이름은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카라얀 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2023년 지휘자 윤한결(31)이 수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듬해 페스티벌에서 지휘자로 데뷔하며 자신이 작곡한 '그리움'도 선보였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 콩쿠르 영상으로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홀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김선욱(37), 김은선(45), 이승원(35) 등 한국의 젊은 지휘자들도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내 포디움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고음악 분야의 세대교체는 더욱 분명하다.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41세의 카운터테너 출신 지휘자 라파엘 피숑이다. 파리음악원 재학 시절이던 22세에 시대악기 합창·연주단체 피그말리온 앙상블을 창단한 그는, 바로크부터 현대 레퍼토리까지 폭넓게 탐구하며 초기부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올해는 브람스 '독일 레퀴엠' 앨범으로 화제를 모았고, 최근 열린 2025 그라모폰 어워드에서 바흐 'b단조 미사'로 '올해의 녹음상'과 '합창상'을 모두 수상했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고음악계를 이끌어온 윌리엄 크리스티, 르네 야콥스, 조르디 사발 등이 쌓아 온 성 위에서, 다음 세대의 지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대악기 연구를 확장해 나갈지 현재 고음악계는 젊은 지휘자들의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