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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호 네오밸류 의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성동구 '누디트 서울숲'에서 성수동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부동산 디벨로퍼 네오밸류는 상업시설을 분양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개발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네오밸류가 처음부터 이 같은 사업구조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네오밸류가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2012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강남 푸르지오시티'를 분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손지호 네오밸류 의장은 "강남 푸르지오시티는 오히려 큰 후회를 남긴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건물 준공 후 롯데카드론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상가 공실이 많고 운영도 엉망이라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상업시설 개발에 대한 생각을 그때 바꿨다"고 말했다.
이후 손 의장은 고민한 끝에 '위례 아이파크1차'(2015년 입주)의 경우 네오밸류가 임대 대행 수수료를 부담하고 책임 임차를 했다. 그런데 이 방식에도 한계가 있었다. 소유권이 구분돼 있다 보니 전체 이거 적인 관점에서 임차인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위례 아이파크2차'(2016년 입주) 때는 전체 상업시설의 지분 40%를 소유하고 네오밸류가 상업시설을 관리했다. 네오밸류의 자체 상업시설 브랜드인 '앨리웨이(Alleyway)'를 도입한 것도 이때다. 하지만 이 방식도 다수의 수분양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광교 아이파크'(20 특수관계자 범위 18년 입주)는 아예 100% 지분을 소유해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 부동산 개발은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상업시설의 경우는 민간 사업자들이 개발 이익을 내기 위해 분양가를 높이고, 사후 관리는 계약자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지금도 자주 보인다.
손 의장에게 '왜 아무도 하지 않던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으로서도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이라고 판단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디벨로퍼는 '단지 활성화'라는 개발사업 목표를 달성해야 성공할 수 있고, 상업시설 운영은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네오밸류가 개발한 앨리웨이 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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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밸류의 이 같은 개발 전략은 최근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맥락이 통한다. 미국·일본 등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대부분 초기 개발 단계부터 운영까지 '수직 체계'를 구축한다. 이들이 소유하고 운영 중인 상업시설 지분은 대개 부동산 펀드나 리츠에 매각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개발 프로젝트에 다시 투입된다.
그동안 신도시 같은 디벨로퍼의 '전통 영역'에서 활동하던 네오밸류는 2022년부터 개발 방향을 또 하나 추가했다. 복합문화공간 '누디트(Noudit)'를 통해 도심 재생 프로젝트에도 손을 댔다. 지금까지 네오밸류가 선보인 누디트는 2022년 5월 문을 연 누디트 익선부터 2023년 5월 준공한 누디트 서울숲, 같은 해 7월부터 입주자를 받은 누디트 홍대로 모두 3곳이다.
손 의장은 "도심 재생은 좀 더 타운 매니지먼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3040세대' '3~4인 가족'으로 타깃이 명확한 신도시와 달리 도심 재생은 입지마다 수요층과 개발 전략을 세분화해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서교동에 있는 '누디트 홍대'는 홍대 권역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정조준한다. 그래서 개발 상품도 공유주거와 공유오피스가 핵심이다. 개성이 강한 홍대의 20·30대가 공유오피스에서 만나 일하고 교류한 후 저녁이 되면 공유주거 공간으로 돌아오는 콘셉트다.
네오밸류에는 다른 부동산 개발 회사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조직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부동산 개발 회사 조직은 사업본부와 건축본부로 구성돼 있다. 네오밸류는 여기에 라이프스타일 사업 콘텐츠를 기획하는 파트를 더했다. 손 의장은 "개발사업의 본질은 디벨로퍼 입장에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라는, 또 수요자 입장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구현해주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다"며 "네오밸류는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를 표방한다"고 설명했다.
손 의장은 요즘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 오산시 청학동에 공급하는 '앨리웨이 오산'이다. 네오밸류는 이곳에 지하 2층~지상 44층짜리 공동주택 2580가구와 근린생활시설,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징은 개발한 공동주택의 절반(1290가구)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오산 사업장에서는 '살고 싶은 임대주택'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의 꿈은 '한국의 롯폰기힐스'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롯폰기힐스는 예전에는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였지만 2003년 상업시설과 업무, 숙박, 주거 등이 어우러진 복합시설로 재탄생했다. 손 의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힐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손 의장은 "창의력 있는 디벨로퍼와 전문성을 가진 금융자본이 결합해야 한국 부동산 개발이 한층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토지 공급부터 아파트 분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개발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 부동산 개발이 선진화하려면 금융 측면의 진화가 필수로 따라붙어야 한다"며 "특히 시공사 재무 능력에 의존하는 개발 구조에선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호 의장
△1974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석사 과정 △2002~2004년 대우증권 IB사업부 △2005~2021년 네오밸류 대표이사 △2022년~ 네오밸류 이사회 의장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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