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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80% 줄었습니다. 다음 주에 문을 닫으려 합니다.”(홈플러스 가양점 입점업체 점주)
3월 기업회생 절차로 시작된 ‘홈플러스 사태’가 4개월째 답보상태다. 홈플러스는 회생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자 찾기는 난항이다. 그 사이 임대료 갈등으로 계약 해지가 결정된 자영업자들은 주름살이 깊어졌다. 폐점 소문에 고객 발길마저 끊지면서 결국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할인 행사에도 썰렁…“장사 접는 일만 남았죠”=8일 찾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 은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은 썰렁했다. ‘패션위크’, ‘AI(인공지능) 물가안정 위크’ 등 각종 할인 행사에도 임대계약 해지 대상으로 알려진 탓에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입점업체들도 개점 휴업 상태였다. 햄버거 가게와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는 손님은 단 2명뿐이었다. 카페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와 테이블이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가양점 993공구 1층에서 식음료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손님이 가양점은 어차피 없어질 매장이라며 10분 거리에 있는 강서점으로 간다”며 “매출이 지난해보다 40% 줄었지만, 홈플러스에서 별다른 고지를 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점포 곳곳에선 영업난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업체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1층에 크게 자리 소유권이전등기신청 잡았던 프랑스 멀티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도 지난달 폐점했다. 해당 자리는 단기 계약으로 들어온 상설할인매장이 채우고 있었다. ‘6월 26일부터 상반기 총결산, 70% 세일’ 등 할인을 알리는 노란 현수막이 설치됐다. 하지만 제품을 둘러보는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지하 마을금고금리 1층 가구 브랜드 니토리 매장 자리는 영업 종료 문구와 함께 가림판이 설치돼 한적하기만 했다. 박연수 기자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일본 가구기업 ‘니토리’가 5월 영업을 종료하면서 설치한 커다란 가림판이 길을 가로막았다. 가림판 너머로 관찰한 내부는 조명이 꺼진 채 텅 비어 있 상가감정가 었다.
해당 층 점주들은 니토리 폐점 이후 고객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홈플러스 사정을 모르고 5월에 입점했는데, 큰 실수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니토리 자리에 다이소가 들어오기로 했었는데 그것마저 불투명해졌다”고 했다.
푸드코트가 있던 지하 3층도 썰렁했다. 식당들이 빠지며 생긴 공실이 6개월째 채워지지 않고 있다. 7년 동안 푸드코트에서 장사한 B씨는 “대형마트는 7~8월이 정점인데 사람이 뚝 끊겼다. 할인 행사를 해도 계산대가 다 열리는 날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월 매출이 100만~200만원 정도 줄었다”며 “폐점하든 이어가든 상황이 빨리 마무리돼야 하는데 하루하루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점주들은 하염없이 손님만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자리 비웁니다’는 쪽지를 붙인 채 사람이 없는 매장도 있었다. 동물병원 원장 이지현(56) 씨는 “이제는 불안을 넘어 해탈한 수준”이라며 “오늘도 손님이 와서 언제 이사 가냐,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폐점은 이제 일상이 됐다. 길어지는 홈플러스 사태와 임대계약 해지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탈출’을 택한 이들이다. 에어컨과 장식품을 철거한 빈 공간은 주변 점주들에겐 일종의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탁상용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던 C씨는 “지난해 8월에 입점해 1년도 안 됐지만, 벌써 피해액이 1억원이 넘는다”며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해도 700만~800만원이 되는데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매장 원상복구 비용도 남아있어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주들은 빠른 사태 해결과 홈플러스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상황이 어떻게든 결정이 돼야 우리도 (장사를 이어갈지 접을지) 행동할 것”이라며 “본사나 우리 지점이나 사과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임대계약 해지 27개점도 같은 운명…“하루하루가 고역”=불안에 떠는 지점은 가양점만이 아니다. 계산, 원천, 일산, 장림, 가양, 동촌, 울산북구, 시흥, 안산고잔, 천안신방, 조치원, 천안, 부산감만, 잠실, 화성동탄, 인천숭의, 인천논현, 동수원, 북수원, 가좌, 작전, 센텀, 울산남구, 대전문화, 전주완산, 청주성안, 파주운정점 등 27개 점포가 임대계약 해지 대상이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폐점밖에 택할 길이 없다.
지난달 홈플러스는 “폐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상호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일부 점포의 경우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해당 점포에 소속된 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입점업주와 관련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 인가 전 M&A를 추진하기로 하고, ‘새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다. 하지만 인수 후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인수자금이 높을 것이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론전에도 나섰다. 8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홈플러스를 ‘전세 낀 아파트’에 빗대며 “실제 투입될 현금은 1조원 이하”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상황에서 4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면 투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설명이었다.
인수자 찾기는 산 넘어 산이다. 업계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재무구조까지 악화하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3월 기업회생 개시 이후 ‘홈플런’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영업손실 규모는 3142억원으로, 전년(1004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불어났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MBK가 (홈플러스를) 경영하는 동안 생긴 부채도 많아졌고, 재무구조도 나빠진 상태”라며 “오프라인 마트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라고 말했다.
박연수·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