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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SCA) 특별심사 답변서’ 초안에서 인권위 파행을 감추기 위해 ‘눈속임 통계’를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상정 안건 수가 쌓여온 것을 인권위 심의·의결 건수 증가의 근거로 내민 것이다.
25일 한겨레가 입수한 인권위의 간리 승인소위 특별심사 답변서 초안과 붙임자료를 살펴보니, 인권위는 전원위원회 상정안건 수가 2022년 48건, 2023년 60건, 2024년 105건으로 지속 증가해왔다고 밝힌 것 자녀급식비 으로 나타났다. 상임위원회 상정안건 수 역시 2022년 99건, 2023년 109건, 2024년 124건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김용원 상임위원과 이충상 전 상임위원이 전원위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로 인해 전원위 4차례와 상임위 10차례가 파행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인권위의 노력과 결과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전세자금대출 대환 숫자만 보면 인권위의 심의·의결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해 회의 상황을 은폐하는 통계다. 인권위가 실제 상정되지 않고 누리집 공지로만 올라온 안건을 상정 건수로 집계한 데다, 파행으로 인해 심의가 진행되지 않아 ‘재상정’한 횟수를 누적 합산했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소위원회에서 의견불일치일 때의 처리’ 안건 광주 중기청 은 13회, ‘장애인단체 대표자의 장애 비하 발언’은 9회, ‘2023 인권위 인권보고서 발간의 건’은 5회,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청구 관련 의견제출의 건’은 4회씩 상정됐다. 이는 모두 인권위 파행의 방증이지만 간리 답변서에서는 인권위의 실적으로 포장됐다.
한겨레가 재상정된 안건의 중복을 제외하고 실제 상정된 안건만 추린 결과, 노파심 실제 지난해 전원위와 상임위 상정 건수는 각 31건과 50건에 불과했다. 간리 답변서에 담긴 상정 건수 가운데 전원위과 상임위 각 74건이 허수인 셈이다.



인권위의 간리 승인소위 답변서에 담긴 전원위·상임위 운영 현황 붙임자료. 인권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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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답변은 또 있다. 인권위는 답변서에서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의 진정사건 처리 건수가 2020년 1027건, 2021년 1022건, 2022년 1142건, 2023년 1370건, 2024년 1101건이라고 답했다. 간리가 2023년 8월 ‘수요시위 진정 자동기각’ 이후 4개월간 회의가 열리지 않았던 침해1소위의 진정사건 처리 지연에 관해 묻자 나온 답변으로, 문제가 된 2023년에 처리 건수가 오히려 늘어나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침해1소위의 파행으로 무더기 기각된 진정사건이 대거 포함된 숫자다. 2023년 12월7일 김용원 소위원장의 개최 거부로 4개월 만에야 열린 침해1소위는 진정 317건이 한번에 상정됐다가 대부분 기각된 바 있다. 이후 침해1소위는 일부 안건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전원위로 넘기는 등 사건 처리를 사실상 해태했지만, 답변서에 이러한 맥락은 담기지 않았다. 침해1소위의 지난해 진정 구제 건수는 21건으로 전년(48건)과 견줘 절반 넘게 줄기도 했다.



인권위의 간리 승인소위 답변서에 나오는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 사건처리 건수 통계. 2023년 12월 4개월 만에 열린 소위에서 무더기 상정과 기각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설명돼 있지 않다. 인권위 제공


이와 관련 인권위 한 관계자는 “거짓으로 포장하여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거나 근래에 인권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숨기려는 것이다. 특히 세밀한 부분까지는 살피지 않을 거라고 보고 거짓으로 보고해도 모를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간리 티에프’(간리 특별심사 대응 및 위원회의 국제적 역할 강화를 위한 티에프팀) 팀장을 맡은 안성율 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은 “사무처 답변서 내용은 아직 확정된 자료가 아니”라며 “내일 전원위서 충분히 논의되고 정리돼 답변서가 제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사무처를 이끄는 이석준 사무총장은 한겨레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간리 승인소위 사무국은 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위원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등의 서한을 보냄에 따라 지난 3월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 개시를 결정했고 △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전원위가 개최되지 못한 문제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인권침해 등 10대 질문을 인권위에 보낸 바 있다. 인권위는 26일 전원위를 거쳐 6월1일까지 답변서를 간리 승인소위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