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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칩 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을 놓고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는 ‘칩 워(Chip War)’를 파헤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소식을 독자분들이 알기 쉽게 분석해 드리는 심층 분석 연재물 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이르면 이달 솔리다임 인수를 마무리 짓습니다. 솔리다임은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부인데요. 인텔이 SK하이닉스에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고자 독립시킨 법인입니다. 인텔은 2008년 ‘인텔 X25-M’를 내놓으면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 발을 내디뎠는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과 경쟁이 치열해지자 ‘비핵심 프랑스 자동차 회사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심합니다. 인텔은 인수처를 물색했고, SK하이닉스가 손을 든 것입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인텔의 밥 스완 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협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10월 협정에 서명을 합니다.


‘옵테인 메모리’ 제외하고 인수하다
ok스마트론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코르도바에 있는 솔리다임



협약 내용은 크게 이렇습니다. 인텔 낸드 플래시 사업부에서 ‘옵테인 메모리(Optane Memory·D램보다 빠 산업은행 지원동기 르고 낸드보다 내구성이 크지만 비싼 것이 단점)’를 제외한 사업을 양수 양도하되, 양수도금액은 88억4400만달러(1차 66억900만달러, 잔금 22억3500만달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원화값으로 약 12조7884억원을 주고 인수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잔금 지급일이 이번 달로 다가왔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잔금은 정부기관 심의를 포함해 계약 제도권금융 에서 정한 선행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면서도 “2차 거래종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 업체가 난립한 가운데, 왜 굳이 인텔의 사업부를 인수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바로 기업용(Enterprise) SSD 때문입니다. 잠시 SSD에 미즈사랑 무직자 대해 설명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낸드플래시가 저장용 반도체 메모리 칩이라면, SSD(Solid State Drive)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완제품 그 자체입니다. 특히 오늘날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대체하는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SSD는 크게 낸드플래시, 데이터의 입출력을 관리하는 프로세서 컨트롤러, 임시 데이터를 저장해 속도를 높이는 메모리인 D램 캐시, SSD의 동작을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인 펌웨어, SSD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방식인 인터페이스로 구성이 됩니다.


AI 시대 필수재로 부상한 eSSD





인텔이 개발한 옵테인 메모리. 옵테인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SSD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eSSD(Enterprise SSD)와 일반 SSD(Client SSD)가 그것인데요. 서버·데이터센터·기업용 스토리지에 최적화된 SSD가 eSSD고요. 개인용 PC·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SSD가 일반 SSD입니다. 특히 오늘날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eSSD는 크게 주목을 갖고 있습니다. AI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처리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챗GPT가 수십~수백 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면,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저장할 고성능 스토리지가 필수적입니다. 또 자율주행이나, 의료·금융 AI, 클라우드에도 eSSD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eSSD 산업에선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반면 인텔의 낸드 사업부는 오랫동안 데이터센터·클라우드용 SSD를 공급한 이력이 있습니다.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주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또 인텔 시절부터 자체 SSD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로서는 솔리다임을 인수할 경우 eSSD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eSSD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SK하이닉스





2024년 4분기 글로벌 eSSD 시장점유율



실제로 이런 변화는 시장 점유율에서 나타납니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2024년 4분기 글로벌 eSSD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9.5%이고 SK하이닉스는 31.3%입니다. 직전분기 43.4% 대 27.9%인 점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약진한 장면입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2021년~2022년 초 팬데믹 특수가 끝이 나고 2022년 중반부터 공급 과잉이 현상이 나타나자 낸드 산업은 1년 이상 침체기를 겪습니다. 특히 당시 반도체 업계에서는 “4~5위권 기업 한 곳은 파산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다른 곳과 달리 감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솔리다임은 지속해서 적자를 겪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대여한 운영자금 잔액이 현재 11조3196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후 AI 시대를 맞아 현재는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솔리다임의 총자본액은 2023년만 하더라도 7655억원 결손이었지만 작년 3079억원으로 상승 반전했습니다. 또 지난해 당기순이익 830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인수하고자 잔금을 지급하는 것에는 크게 이상이 없을 듯합니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1235억원, 단기금융상품은 3725억원, 기타유동자산은 9223억원이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가 소유하고, 인텔이 운영하다





솔리다임 D7-P5520은 최대 15.36TB 용량을 지원하는 고성능 PCIe 4.0 SSD다. 읽기 집약적 워크로드에 최적화됐다. 또 FIPS 140-3 Level 2 인증을 획득했으며, U.2 및 E1.S, E1.L 등 다양한 폼팩터를 제공한다.



하지만 100% 인수 전까지는 아직 안심은 금물입니다. 이번 인텔 사업부 인수는 SSD 사업은 100% 자회사인 솔리다임이, 낸드는 SK하이닉스가 각각 맡기로 했는데요. 중국 다롄에 낸드용 웨이퍼 공정 시설은 SK하이닉스가 소유하고 있지만, 잔금 지급이전까지는 인텔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관련 인력 및 지식재산권(IP) 역시 인텔 소유입니다.

또 다른 숙제도 있습니다. 바로 기술 통합입니다. SK하이닉스는 CTF(Charge Trap Flash) 기반 3D 낸드 기술을, 솔리다임은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기반 3D 낸드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CTF 방식은 삼성전자,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대부분의 낸드 제조사가 채택한 최신 기술로, 200단 이상 고적층 구현이 쉽고 전력 효율이 높은 것이 장점입니다, 플로팅 게이트 방식은 기존 기술이지만, 높은 신뢰성과 데이터 보존력이 강점입니다. 다만, 고적층화에는 한계가 있어 점점 CTF 방식으로 공정이 전환 중입니다. 기술 통합을 통해 중복 투자 비용을 줄이고, 최적의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