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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5-06-20 13:08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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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 순간 차가 얼마나주인공 에블린(가운데)과 남편 웨이먼드(오른쪽), 딸 조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가운데 구멍이 뚫린 둥근 베이글은 화려한 것보다 단순한 게 끌리는 날 더욱 생각난다. 담백한 맛에 쫄깃한 식감이 더해져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미국 뉴욕은 베이글의 도시답게 길목마다 베이글 가게가 즐비한데, 어느 집에나 꼭 있는 건 ‘에브리싱 베이글(Everything Bagel)’이다. 말 그대로 모든 재료가 올라간 베이글. 우리나라로 치면 모둠김밥 같은 존재랄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보통 ‘에에올’로 줄여 부른다)에선 이 에브리싱 베이글을 통해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선물옵션거래방법
는 허무맹랑하고도 신선한 멀티버스(다중우주)를 배경으로 말이다.
주인공 에블린은 미국에 정착한 중국계 이민자로, 남편 웨이먼드와 빨래방을 운영한다. 갑작스러운 세무조사 때문에 영수증을 사방으로 펼쳐놓고 골머리를 앓는 에블린. 그 와중에 지폐 교환기 고장에 손님 항의, 빨랫감 행방불명까지. 모든 상황이 절망스럽지만, 에블린은 억척스럽게 버증권기초
틴다. 반면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서 영수증을 빼앗아 장난을 치고, 꼬장꼬장한 국세청 직원에게 주겠다며 쿠키를 굽는다. 심지어 손님과 춤까지 추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이렇듯 두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국세청 직원이 영수증에 거침없이 동그라미를 치며 따져대던 그때, 에블린은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수많은 평행세알라딘릴
계의 자신과 연결되며 악당 조부 투파키와 싸워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운명을 맡는다. 조부 투파키는 모든 게 다 부질없다는 허무주의에 빠져 블랙홀로 세상을 빨아들여 파괴하려 한다. 그 블랙홀은 다름 아닌 에브리싱 베이글 형상을 하고 있다.



에브리씽 베이글 형상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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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심심해서 베이글에 모든 걸 올렸지, 모든 걸. 내 모든 꿈과 희망, 옛날 성적표, 개의 모든 품종, 인터넷 구애 광고, 참깨, 양귀비씨, 소금…. 그랬더니 알아서 붕괴하더라고. 세상 모든 걸 베이글에 올리면 이게 되거든. 진실… 전부 다 부질없다는 것.”
에블린이 조부하이트진로 주식
투파키의 손에 이끌려 베이글 블랙홀 속으로 들어갈 위기의 순간, 웨이먼드는 다정함으로 세상과 맞서는 방법을 알려준다.
“당신이 그랬지, 세상은 잔인하고 우린 쳇바퀴 돌 듯 사는 거라고. 다들 무섭고 혼란스러워서 싸우려는 거 알아. (중략) 제발 다정함을 보여줘. 이게 내가 싸우는 방식이야.”



에브리싱 베이글.


에브리싱 베이글을 블랙홀에서 꺼내 따뜻하고 다정한 맛을 음미해보자. 베이글은 유대인들의 식사 빵에서 시작됐다. 유제품 없이 물·밀가루·이스트만 넣어 만든 밀도 높은 빵이다. 이름도 이디시어 ‘beygl(고리)’에서 유래됐다. 19세기 후반, 동유럽 유대인이 종교적·민족적 박해를 피해 북미로 이주하면서 뉴욕을 포함해 미국 동부 대도시 중심으로 베이글문화가 퍼졌고, 지금은 뉴욕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이 됐다.



경기 화성 동탄역 인근의 ‘현스베이글스퀘어’ 사장 김재현씨.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배운 비법으로 매일 에브리싱 베이글을 굽는다. 화성=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최근 국내에서도 베이글 전문점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기 화성 동탄역 근처에 있는 ‘현스베이글스퀘어’에선 뉴욕 정통 베이글맛을 느낄 수 있다. 사장 김재현씨는 3년간 뉴욕의 베이글 가게에서 일하며 얻은 노하우로 매일 따끈한 베이글을 구워낸다. 그가 말하는 베이글의 참맛은 ‘겉·바·속·쫀(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다.



1) 베이글 반죽을 동그란 고리 모양으로 성형하는 모습. 2) 저온 숙성한 반죽을 30초간 빠르게 데쳐낸다. 3)데친 반죽 위에 에브리싱 베이글 토핑(참깨, 검은깨, 말린 마늘과 양파 부스러기 등)을 올린다. 4) 20여분간 오븐에 구워내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에브리싱 베이글 완성.


“수분을 가득 머금은 베이글이 쫀득해지느냐 질겨지느냐는 한 끗 차이거든요. 겉의 바삭함이 완성되면 속의 쫀득함은 같이 따라옵니다. 이 바삭함이 생명이기 때문에 베이글을 매장에 따로 진열하지 않고, 포장도 각대 봉투(크라프트지 봉투)로만 하고 있어요.”
에브리싱 베이글은 짭짤하고 고소한 중독적인 맛으로 마니아층이 두껍다. 참깨, 검은깨, 말린 마늘·양파 가루, 펄 솔트(고온에도 녹지 않는 굵은 소금), 양귀비씨앗 등을 기본으로 온갖 토핑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다양한 풍미가 느껴진다. 다만 국내에선 뉴욕 본토의 에브리싱 베이글과 똑같이 만들 순 없다. 특유의 쌉싸름하고 달콤한 맛을 내는 양귀비씨와 빵을 더 폭신하게 부풀리는 브롬산칼륨은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재료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저온 숙성 시간을 늘리고, 이곳만의 비법과 듬뿍 넣은 토핑으로 맛을 더했다. 전날부터 18시간 저온 숙성한 동그란 베이글 반죽을 빠르게 데쳐내고 위에 토핑을 얹은 뒤 20여분을 노릇하게 굽는다. 갓 나온 베이글에선 참깨와 마늘·양파 향이 섞여 은은하게 풍긴다. 그냥 먹어도 바삭하고 쫀쫀한 맛이 좋고, 크림치즈나 연어,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인생이 수많은 선택과 후회로 가득하듯, 에브리싱 베이글 한입엔 짭짤함과 고소함이 겹겹이 쌓여 있다. 씹을수록 여러가지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삶도 고단하면서도 다채롭다. 때론 베이글 가운데 뻥 뚫린 구멍처럼 모든 게 공허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부질없음 속에서 서로에게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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